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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유도 오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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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1.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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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위대함을 발견하다  

 

인천공항뉴스 객원기자 배남호 (제이앤비파트너스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오성산 옛모습.PNG
절개된 오성산
절개된 오성산.PNG
절개된 오성산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두꺼운 겨울외투를 챙겨 입고 등산화를 단단히 조여 맨 후, 오성산으로 향했다. 오성산은 봉우리가 절개되어 산봉우리가 평평한 광야와도 같은지라 차가운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야만 되기에 단단히 채비를 갖추고 길을 나섰다. ‘해송쌈밥’ 식당 좌측으로 난 좁은 비포장 길을 따라 6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오성산 절개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입구에는 철문이 가로막혀 있어 차량을 이용한 접근은 불가능했다. 그 굳게 닫힌 철문 앞에 주차한 다음, 철문을 비켜 돌아서 들어갔다.
 
절개지 내부 비포장 도로를 따라 들어가자 드넓은 광야가 눈앞에 펼쳐졌다. 필자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었다. 대부분이 자갈밭과 습지로 되어 있었고 절토 후, 평지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군데군데 움푹 패인 웅덩이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은 연못들이 자연스레 형성되어 있었다. 비포장 도로를 벗어나 걷기에는 다소 위험해 보였다. 절개지 동편에서는 인천공항 전체가 내려다 보였고, 그 위로 항공기들은 쉴 새 없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멀리 북쪽에 있는 왕산도 빼곰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절개지 서편에서는, 무의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절개지 한켠에 선채, 겨울의 매서운 바람만이 지나가고 있는 황량한 광야를 한 동안 말없이 응시했다. 허리가 잘려 나간 채 방치되어 있는 황량해진 오성산으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파헤친 상처에도 불구하고 오성산은, 아니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다. 절개지 동편에 형성된 연못을 보고 필자는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연못이라기보다는 작은 호수에 가까워 보였다. 깊지는 않아 보였으나 살얼음 밑으로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청정 그 자체인 아름다운 작은 호수였다. 30여 년 전, 백두산에 올라 천지의 맑은 물에 반해 그 물에 엎드려 숨이 찰 때까지 얼굴을 담갔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고라니와 삵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흔적들도 여기저기 지천으로 찍혀 있었다. 서로 쫒고 쫒기는 달음질을 했는지, 달빛아래 모여 축제를 벌였는지 모를 일이지만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들의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또한 비포장 도로 양옆에는 물론이고 여기저기에 자생 소나무들도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주변 소나무로부터 날아온 씨앗이 척박한 땅에 떨어져 나름 자리를 잡으며 숲의 모습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발견하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용유도 남동쪽에 위치한 오성산은 봉우리가 5개여서 오성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용유도에서 제일 높은 산(해발 179m)으로 가을철이 되면 봉우리 마다 무지개보다도 화려한 형형색색의 단풍이 자태를 뽐낸다고 해서 오성단풍으로 불렸으며 용유8경에 속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2003년부터 인천공항 2단계 공사에 따른 활주로 부지조성사업으로 인해 52m만 남기고 그 봉우리들이 산허리 부분까지 잘려나감으로써 더 이상 산의 모습이 아닌 90만㎡에 이르는 평지가 조성 되었다. 이 부지에 자동차 경주장, 골프장, 경마장, 체육공원 등 수많은 사업 제안이 있었으나 소유주인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간 이견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오성산을 두고 혹자는 경제성을 따지고 혹자는 친환경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또 다시 이 오성산은 인간의 손을 탈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오성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숲과 연못을 만들어 그 품안에 고라니며 삵 등 야생동물들을 키우고 품으며 스스로를 치유해 가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오성산을 내려오는 필자에게 오성산은 '예전의 오성단풍의 명성을 되찾게 해달라고, 스스로 치유해 낸 그 숲은 그의 방법대로 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절규하는 듯 나뭇가지들이 온 몸을 흔들고 있었다. 

 

절개지 내부모습.jpg
절개지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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