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URL
기사입력 : 2020.01.07 16:2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20200103_134234.jpg
김일형 인천하늘고등학교장
 
지난 2일 인천하늘고등학교 신입생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영종국제도시 주민이라면 이번 신입생 선발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확대시기와 맞물려 일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18일 전국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교장들과 학부모들이 일괄 폐지 방침에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로 했고, 지난 6일 열린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자사고 특목고 폐지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특수목적 고등학교. 영종국제도시에는 인천하늘고등학교와 인천국제고등학교, 인천과학고등학교가 있다. 2020년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한 날 하늘고등학교 김일형 교장선생님을 찾았다. 2015년 3월 하늘고 2대 교장으로 취임한 김일형 교장선생님은  대원국제중학교와 대원외고에서 30년간 교직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대담 김창근 편집국장)

 

 
20200103_141753.jpg
 
편집국장) 오늘 신입생 합격자 발표를 하셨습니다. 중학생을 둔 인천공항근무자들과 영종국제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교장) 인천하늘고등학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공항근무자의 정주여건을 조성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은 물론 글로벌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학교입니다. 공항공사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도 대상이 되다 보니 공항근무자들이 영종국제도시로 많이 이주해 살고 있습니다. 또 지역인재전형으로 영종도 지역주민 자녀가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개교당시 3만명이던 지역주민이 지금은 거의 9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편)올해 수시전형에서도 좋은 진학률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교)서울대를 예로들면 수시로 16명이 합격했는데, 저는 합격생 숫자보다 각 전형별로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흐뭇합니다. 공항종사자 자녀, 지역주민자녀, 인천지역전형, 전국전형, 기회균등 전형에서 각각 2~3명씩 합격했습니다. 흔히 공부 잘하는 전국전형이나 인천지역전형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소위 명문대에 다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년간의 통계를 보니 각 전형별로 고르게 합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200103_141008.jpg
 
편)정부에서는 교육격차가 사회계층 격차로 이어진다며 자사고 등 특목고를 폐지하려는 정책을 2025년부터 시행하려고 하는데, 기회균등전형이라는 것이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교)기초생활수급권자나 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 차상위계층의 자녀 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으로 학교장이 추천한 학생이 기회균등전형의 대상자들이고 국가보훈대상자나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순직공무원 자녀 등 사회다양성 전형으로 정원의 20%인 45명을 선발합니다. 기회균등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교육비를 지원하게 됩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사교육없이 선생님들의 지도만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편)사교육 없는 학생들을 지도한다는데 어떻게 가능한지요?
교)한마디로 말씀 드리자면 선생님들의 열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대1 튜터링 시스템과 개별학습지도를 통해 사교육 없이 가능하며, 특히 각 교과별로 수준에 맞는 강좌를 개설해 방과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과 학생의 교감입니다. 사실 학교를 졸업하면 무엇을 배웠는지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만 선생님이 나에게 어떻게 해 주었느냐를 기억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과 학생이 아니라 교감하면서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일깨워주고 성장시키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확장되는 것이지요. 그런 선생님들의 노력이 있어서 인지 졸업생들이 상당히 많이 찾아옵니다.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선생님들도 참 뿌듯해 합니다.
 
편)교장선생님은 어떤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교)참 열심히 공부하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 보다도 더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거예요. 결국 대학을 진학하지는 못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뒤에 그 학생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느 은행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꽤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더라구요. 그사이에 야간대학을 다니기도 했구요. 사람마다 각각의 달란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편)하늘고의 인재상은 어떤 사람인가요?
교)열린 마음을 가진 글로벌 리더가 추구하는 인재상입니다. 신입생들은 전원 충북음성꽃동네를 방문해 2박 3일간의 봉사활동을 합니다. 학생들이 이곳을 다녀와서 얻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키우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교육도 중요한 교육의 덕목입니다.
 

 

편)한 달에 한 번 외박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핸드폰도 없이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 견디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교)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욕구를 채우고 있습니다. 1인 1스포츠와 1악기를 하고있고, 토요일은 학생들이 원하는 영화를 시청하고, 백운산 등산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00103_124834.jpg무엇보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도 학생들이 기획해 진행하게 하고 수학여행도 학생들이 코스를 잡고 직접 섭외하도록 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더군요. 또 학교 자치법전실을 두어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핸드폰만 없을 뿐이지 학교내에서는 WIFI가 열려있어 노트북이나 PC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편)학생 전원이 신문을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어른들도 신문을 보지 않는데 참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교)학교에 핸드폰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회가 돌아가는 정보를 신문을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서로 신문을 돌려보기도 하는데, 이런 교육 덕분에 학생들의 논술실력이나 토론실력이 남다른 결과로 나타납니다. 학생들은 논문을 써 책을 펴 내기도 했고, 각종 토론대회에 나가면 꼭 우승을 합니다. 핸드폰이 주는 정보는 본인이 원하는 정보만 깊게 검색하기 때문에 활자가 주는 다양한 정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편)정부에서는 교육평등을 내세워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하려는 정책을 내 놓았습니다.
교)인천하늘고등학교가 영종도에 개교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역 발전에도 어느정도 기여했다고 보고 있구요. 기회균등전형과 사회배려 프로그램 운영은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 공항공사는 공항종사자 자녀의 교육과 지역발전을 위해 매년 25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좀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학교를 나오면서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둘째 아들과 얼마전에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아빠 나 고등학교는 하늘고로 갈래.”
“니가? 왜? 거기는 아무나 가는 데가 아냐.”
아들의 기를 너무 꺽은 것 같다. 한 번 더 하늘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참 좋은 학교라고 말하고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격려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인천하늘고등학교 김일형 교장선생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