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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1.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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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여행 그리고 영종도

 

관광과 여행은 어떤 차이가 있나? 사전을 찾아보면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하는 것’으로 영어로는  Sightseeing 이나 tour로 해석한다.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으로 가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travel'로 표현한다. 이런 사전의 해석으로는 관광과 여행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둘을 인문학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와 구분하면 차이가 확연한데 관광은 ‘내가 주체가 되고 모든 대상은 관광객인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여행은 ‘내가 주체가 아니라 대상의 일부가 되어 여행자인 나는 그것에 동화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관광은 관광객의 편리함에 맞춰져 설계되어 보고, 즐기고, 맛보고, 쉬는 코스가 만들어진다면, 여행은 기존에 있는 자원에 편의만 보탠 것이지 다양한 방문객의 눈높이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배낭여행’이란 말은 있지만 ‘배낭관광’이란 말이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영종도 용유도가 합해진 섬 영종국제도시와 무의도, 그리고 옹진군에 속해 있지만 신도·시도·모도·장봉도는 수도권에서도 가깝고 인천국제공항이 가운데 있어 내·외국인이 쉽게 찾아와  관광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지리적 위치에 있다. 그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곳곳에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를 툭툭 던져 놓으며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려 놓았다.
2007년 9월에는 공항신도시분기점 근처 진등마을을 ‘밀라노디자인시티’로 개발한다며 이탈리아 대통령까지 참석해 오픈행사를 가지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외국자본을 들여와 용유·무의 갯벌을 매립해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에잇시티 계획’은 헛웃음이 나올 일이였다. 독일 호텔기업인 캠핀스키를 앞장세워 총사업비가 317조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많은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 계획’으로 선전한 이 시대의 사기극은 지역주민들의 수용 보상심리를 건드려 빚을 내서라도 우후죽순 날림건물을 세우게 했으며, 결국 캠핀스키 계획 무산과 함께 거리로 쫓겨나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이라면 이 사기극을 앞서서 진두지휘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발 벗고 나선 기관이 어디인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또 속지 않는다.

다시 관광과 여행으로 돌아와 현재를 점검해보면 영종국제도시에 관광인프라는 앞으로가 우려될 정도로 많아졌다. 2017년 오픈해 운영중인 파라다이스시티는 2년 6개월동안 300만명이 찾을 정도로 ‘호캉스’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영종도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그보다 더 큰 면적으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2022년 문을 연다고 하고 있고, 미단시티에는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가 착착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영종대교 건너 운염도를 육지로 만든 준설토 투기장은 골프장과 1,500실의 호텔리조트, 스포츠파크, 워터파크, 쇼핑몰 등 한상이 드림아일랜드로 개발 중이다. 이렇게 영종국제도시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인프라는 수요가 걱정될 정도로 세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천공항 자체가 해외 여행을 하지 않는 내국인들에게도 매력있는 거대한 관광 인프라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와 개발의 주체들은 남아있는 여행지를 관광지로 바꾸려고 해 우려가 앞선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특혜 논란의 시비꺼리만 제공하는 외자유치에만 공들이고 있고 최근 인천도시공사는 용유지역 지장물에 대해 선후관계를 따지지도 않고 명도소송을 진행해 바닷가에 기대 살던 주민들을 다 쫒아내려 하고 있다.
그들에게 ‘가파도 프로젝트’를 알려주고 싶다. 진정한 개발이 무엇인지,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찾아서 공부해 볼 것을 권한다.
 
며칠 전 무의도에 갔다가 한 외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공항까지 간다기에 차에 태우고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한 항공사의 기장으로 근무하는 유럽출신 외국인은 이곳의 자연경치가 좋아 비행 스캐쥴이 없으면 등산을 하고 해변을 걷는다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갯벌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볼 수 있어 가치를 무시당하고 매립의 대상으로 봤지만 갯벌은 그 자체로 보물이다.
 
영종대교를 건너기전 좌우로 넓은 갯벌은 외국인들에게는 생경한 풍경으로 가을이 되면 갯벌위로 자라는 칠면초가 붉게 물들어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예뻤다. 리무진 버스안에 외국인 승객들은 사진찍기 바빴다고 전해 들었다. 제2준설토 투기장이 된 왼쪽 갯벌은 임권택 감독이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취화선’을 촬영한 곳으로 갯벌풍광이 좋아 영화 포스터 사진을 찍으러 다시 사진작가를 보냈다. 물론 지금은 두 곳 다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국내 유수의 여행사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외국여행이 일상이 된 선진국 국민들은 관광을 하러 다니지 않는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이 추세’ 라며 '역사와 문화로 그곳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여행지가 더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영종에 관광인프라는 충분하다. 개발의 주체들은 돈 되는 사업, 돈 벌 사업에 연연하지 말고 다수의 지역주민과 공생할 수 있는 여행인프라 확충에 기관의 방향키를 옮기는 것이 어떠한가?
< 김창근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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