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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완벽한 타인'은 누구인가?'

소재의 독창성과 주제의 명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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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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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타인.jpg

   (사진제공 : 필름 몬스터) 

 <완벽한 타인>(2018)은 처음 관람 시에는 희열을, 리메이크임을 알았을 때는 실망감을, 원작을 본 후에는 다시 기쁨을 준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개봉될 즈음 필자는 한국영화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지나친 폭력과 잔인한 범죄, 권력자나 재벌의 악행과 비리,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관상>(2013) 성공 이후 연이은 사극 이야기와 북한 관련 소재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국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참신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현실적인 우리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나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왜냐하면 근래에 보기 드문 멋진 한국영화를 만났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영화였다.

가장 가까이 있고 서로가 잘 안다고 생각해온 부부와 친한 친구가 얼마나 서로를 잘 모르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휴대폰 게임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벌어지는 실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얼마나 신선한가. 다름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역시 한국 영화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의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영화에 대한 실망감은 매우 컸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소재를 이용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같이 사는 부부, 죽마고우조차 완벽한 타인임을 상기시키며, 사회적 이슈를 담담하면서도 과장하지 않고 다룬 영화였다.

전반적으로 코미디 영화의 기운이 흐르지만 웃음 속에 아픔과 슬픔이 녹아 있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영화다. 더군다나 영화를 보면서 부부 및 친구 간에 서로 몰라야 될 비밀을 알아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 그런데 반지를 통한 영화의 마무리는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든 사실이 노출된 채 영화가 끝난다면, 부부 관계는 물론 친구 관계까지도 깨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이 하나의 상상이었음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포함한 모두를 안심시켜 주며 끝난다. 다만 영화 <인셉션>(2010)을 보지 않은 관객은 이 부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반지가 <인셉션>속의 토템(팽이) 역할을 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이 리메이크라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원작인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TV로 본 후 생각이 다시 달라졌다. 원작은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이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다. 비록 리메이크 영화이긴 했지만, 원작 보다 <완벽한 타인> 더 좋았다. 이재한 감독의 연출력과 배세영 작가의 각본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현실에 맞게 상황과 대사를 잘 바꾸었고, 없던 대사 및 장면도 적재적소에 추가했다. 예를 들면 정석호(조진웅)과 딸 정소영(지우)의 대화에서 소영의 남자 친구가 군대를 가는 설정은 한국 상황에 맞는 각색이었다. 또한, 배우도 각자의 역할에 맞게 캐스팅이 잘 되었고, 연기 또한 뛰어났다. 영화제작시 소재의 독창성 및 주제 명료성의 중요성과, 리메이크 영화도 수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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