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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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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발걸음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고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발로 사진을 찍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진은 분명 손으로 셔터를 누름으로써 촬영되는 것인데, 손이 아닌 발로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것은 바로 움직임 때문이다. 손보다는 발이 움직임에 깝다. 여기서 발의 움직임은 걸음걸이, 즉 걷기다. 사진과 걷기가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이유다. 스튜디오 사진이나 구성 사진이 아닌 이상, 걷기라는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사진 찍기는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생활을 즐겁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잘 걷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걷기는 운동의 일환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느끼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모든 감각이 살아난다. 발아래 꿈틀대는 촉각, 눈앞 풍경이 자극하는 시각, 장소와 계절의 풍미를 느끼는 후각, 열매와 먹거리를 통한 미각까지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총체적인 감각 경험이. 기는 생각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단순하게 하고 다한 생각을 정리해준다. 갑작스레 닥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 고요히 산책을 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건 오롯이 그 문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잡다한 조언이나 충고를 배제하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며 헤쳐나갈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걷기는 일정한 코스와 시간이 정해진 산책인 경우가 많다. 사진 산책은 이보다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코스와 시간이 좀 더 유연한 정처 없는 걷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번 다른 장소를 걷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곳을 반복해 걷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무슨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일까. 신비로운 일들은 친숙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곳을 걸어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어제까지 낯익었던 장면이 낯설게 일 때도 있다. 숨어있는 은밀한 장소찾게 될 수도 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피사체들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가야 순간이다. 걸어서 도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장면과 생활의 흔적을 나만의 이미지로 담아내는 것이다.  

 

(8) 걷기와 사진.jpg

 

걷기 사진의 좋은 예는 골목 사진이다. 양팔을 벌리면 양쪽 손끝이 닿 듯한 좁디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생활의 흔적이 묻어 있는 풍경과 소품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매력적인 촬영 컨셉이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고 어르신들쉼터이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고받는 정보 한마당이다. 다만, 아쉬운 건 그러한 골목 풍경을 제 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르신도 아이도 주부들도 골목길에서 자취를 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골목길을 걷다 보면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페인트 칠 벗겨진 낡은 철제 대문과 고리, 범창틀, 아이들의 낙서, 스치로폼 화분, 잠자리 모양의 TV 안테, 빨랫줄과 알록달록한 집게 등 디지털 시대에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전경들만날 수 있다. 바로 그런 풍경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골목을 찾고 열광하는 것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컴팩트 카메라 하나 들고 천천히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복장과 장비는 단촐한 게 좋다. 큼지막한 카메라 배낭 같은 건 둘러메지 않는 게 좋고, 렌즈도 여러 종류의 교환렌즈는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특별히 야간 촬영을 할 생각이 아니면, 무거운 삼각대는 지참하지 않는 게 좋다. 작은 컴팩트 카메라가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렌즈 또는 실용적인 줌렌즈 하나만 소지하는 게 좋다. 복장도 사진 찍는 티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옷을 입는 게 좋다. 무엇보다 신발이 중요하다. 하고 나서는 사진 산책에 새 신발은 금물이다. 평소 가장 편하게 신고 다니는 신발을 신도록 하자.  

 

사진이 발로 찍는 것이고, 걷기와 잘 어울린다하더라도, 결국 사진은 정신적 활동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다. 걷기는 그런 자기표현 위를 자극하고 고무시킨다. 걷기는 사진 감각을 고조시키고 카메라에 손이 갈 시점을 알려준다. 일찍이 장 자크 루소는 걷는 동안 일어나는 정신 작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 홀로 걷고 걸었던 그 여행만큼 생각을 많이 한 순간은 없다. 또 그때만큼 내 실체에 대해 많이 깨닫고, 력이 넘쳤던 적은 없다. 말하자면 그때만큼 내가 나다웠던 적은 없다. 기는 내 두뇌를 활성화해 사고력을 고양하는 무언가가 있다. 즉 한 곳에 머물 때는 생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정신이 작동하려면 내 몸 또한 움직이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루소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구성하고 창조하며 영감을 얻었다.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했다. 이를 사진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부지런한 걸음걸이가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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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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