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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6.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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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마디처럼

 

아름다운 계절을 맞아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결혼식 청첩장을 많이 받았다. 

결혼식에 가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어떤 친구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도 있고, 별로 변하지 않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친구들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니 내면은 모르지만, 외모적인 변화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얘기다.

학창 시절 공자의 인생관을 배우면서 나이가 들면 우리들의 마음이 변화되는 줄 알았다. 대나무에 마디가 있듯 50세가 되고 60세가 되면 공자의 가르침처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줄 알았다.

 

공자는 40세에는 외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며, 50세에는 천명을 알고 60세에는 남의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으니 누가 어떤 말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남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내가 흔들리지 않고 화를 조절하며, 온화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이 들며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식장에서 친구들과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살아온 내면의 인생이 하나둘 드러난다.

대화를 혼자 독점하며,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정도 이상 분노하거나 자기 자랑만 늘어놓음으로써 친구들 만남을 망치는 이가 있다. 

 

사람들의 언행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를 나타내는 거울이라 하는데, 그런 친구를 보며 나의 모습을 살펴본다. 60이 넘어서도 마음은 밴댕이 소갈딱지 같아 쉽게 화내고 섭섭해 하며, 하나도 변하지 않는, 아니 더 속 좁은 인간이 되어가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씁쓸해진다.

 

세상은 불공평해도 세월은 공평하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일용할 하루 24시간이 공평히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평등하지 않으며, 현재의 내 언행과 외모는 내 평생 살아온 시간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70세가 되니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나에게 남겨진 나이 70대에 도전해 보고픈 과제다. 

따뜻한 햇볕과 더불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고, 백운산 연초록의 초목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며,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 주듯이, 나도 나이에 걸맞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고 싶다. 


박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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