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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0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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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백운산 단풍도 지고 이제 계절이 겨울로 바뀌었음이 실감난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뒤에는 어김없이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찾아온다. 

 

12월을 맞아 또 한 해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나는 계절로 따지면 어디쯤 와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평균 수명이 많이 늘어 백세 시대라지만 어느덧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더 많으니 가을이라고 하면 될까? 겨울은 아직 아니겠지 우겨보고 싶다. 

아침에 세수하며 매일 보는 내 얼굴은 오늘도 어제와 똑같아 보이지만, 이미 60여 년을 살아왔음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금방 알아차린다. 그것도 어떻게 살아왔는지조차 얼굴에 다 쓰여 있다니 잘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20대는 시간이 20km로, 50대는 50km 속도로 세월이 흘러간다고 한다. 앞으로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가겠지만, 억지로라도 천천히 여유롭게 살고 싶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도 있지만, 하고 싶지 않아도 맡겨진 일을 하느라 또한 가고 싶지 않은 자리도 참석하며 바쁘게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며 지내는 시간을 더 늘려가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산책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내어 걷다 보면 목표 거리를 채워야 하는 의무가 되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걷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털구름도 보이고 귀 기울여 들어보면 뱃고동 소리도 들린다. 천천히 걸을 때 나와 내 주변이 잘 보이고 들린다. 

 

단체로 해외여행을 나가면 새벽부터 밤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많은 관광지를 방문한다. 한정된 기간 내에 너무 많은 곳을 다니다 보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을 하고 돌아오게 된다. 최근 ‘라르고’라는 여행 상품이 출시되었다. ‘라르고’는 악보에서 아주 느리게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라고 한다. 여행도 수박 겉핥기가 아닌 느리게 보고 음미하는 쪽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 여론 기관인 퓨리서치가 2021년에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최고가치’를 조사했는데,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을 1위로 꼽았고, 미국·영국·일본 등은 ‘가족’을 삶의 최고가치로 꼽았다고 한다. 이 조사를 통해 한국의 사회 현상을 실감하게 되었다.

오늘 12월 1일은 2021년의 마지막 달이며 12월의 첫날이기도 하다. 마치 한해의 만남을 12월에 다 소화해야 할 듯이 모임과 행사들로 분주해지는 연말이다. 따뜻한 사랑이 더 절실한 연말연시, 분주함보다는 ‘라르고’로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사) 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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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의 마지막 달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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