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설날을 앞두고 고마운 분들에게 드릴 작은 선물을 지인의 귤 농장에 주문했다. 오랫동안 매년 설 때마다 주문하다 보니, 가끔은 할인도 해주고 서비스를 보내주기도 했기에 올해도 기대를 했는데 아무런 서비스(?)가 없었다. 갑자기 서운한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배려에 이미 익숙해져 뭔가 특별한 대우를 기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꼴이다. 고시된 정상가격을 남들과 똑같이 내는 것인데 손해 본 느낌은 왜일까?
영종도로 이사를 온 뒤 가끔 지인들의 방문을 받는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오면 쉽게 와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영종도. 친구들이 영종도에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디를 구경시킬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고민하게 된다. 만약 내가 서울에 살면서 영종도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한다고 생각해보면, 해변을 걷고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바다에서 수확한 해물로 만든 음식을 기대할 것 같다. 모처럼 영종도에 놀러 왔는데 도심에서 흔히 먹는 삼겹살 식당에 간다면 약간 실망될 듯. 최근 영종도가 발전하면서 농어촌의 정취는 사라지고 관광지로 변모되고 있어,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아 아쉽다. 그나마 요즘 영종도에 멋진 카페가 많이 생겨 도심에서 오는 친구들을 안내할 수 있어 다행이다. 방문객과 맞이하는 사람의 기대치가 맞으면 서로가 만족하고 행복하다.
가끔은 기대치와 현실이 많이 동떨어져 실망하게 된다. 정치지도자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어 줬으면, 종교 지도자들에게는 사랑과 자비를, 의사들에게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등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사심 없이 해주기를 기대해 보지만 기대에 어긋나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대와 실망, 걱정과 안도, 행복과 불행 등 동전의 양면 같은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너무 큰 기대는 큰 실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살면서 배운다. 그나마 실망도 상처도 조금 견디면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큰 실망도 없다. 삶의 활력소가 될 만큼의 작은 기대 속에서 잔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삶의 지혜인 듯싶다.
코로나19로 가족 간의 만남도 망설여지는 설 명절을 벌써 3년째 맞고 있다. 내년 설에는 코로나의 위험에서 벗어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램은 너무 큰 기대일까?
설을 맞아 ‘인천공항뉴스’ 애독자분들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사) 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