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시간이 빠르다고요? 시간이 답답하다고요?

장윤석 (하늘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URL
기사입력 : 2022.12.28 07:04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2022년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연세 드신 분은 세월 빠르다고 불평들 하지요. 또 포스트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신냉전의 국제정세로 인한 깊은 경제불황 등으로 인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은 지금 시간이 너무 답답하다고들 합니다. 가파른 금리상승, 집값 하락에 ‘휴~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답답한 시간을 불평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빠르다구요? 또는 시간이 답답하다구요?”라고 되묻는 한 소년을 소개합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만난 17세 홍원기 소년입니다. 별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년’인데, 선천적으로 빠르게 노화되는 ‘소아 조로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병을 앓는 환자의 평균 수명은 15세. 전 세계 120명, 우리나라에는 단 한 명뿐인 희귀병입니다. 목사님 아들인 원기 군은 다섯 살에 소아 조로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현재 23만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인기 유튜브입니다. 2년 전 처음 유튜브에서 본 15세 소년의 얼굴과 몸은 가냘팠지만, 그에게서 포기, 원망, 절망, 좌절 같은 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병 때문에 원망하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내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제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합니다. 하루하루 인기 유튜버로 즐겁게 살다 보면,

저도 멋진 어른이 될 수 있겠죠. 여러분도 모든 순간, 삶의 매시간을 사랑하세요”


어릴 적 철없는 친구들에게 외계인 같다고 놀림 받을 때면 속이 상했지만, “하나님 왜 이렇게 절 만드셨냐”라고 불평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때때로 죽음의 두려움이 닥쳐올 때면 눈물을 흘리곤 하지만, ‘나도 멋진 어른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꾸며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간다고 합니다. “원기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이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항상 제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분입니다”

“천국에서 예수님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니?” 이 질문의 답변은 재미있습니다.

“저도 예수님처럼 머리카락 많이 자라게 해주세요. 머리카락 생기면 저도 염색을 꼭 한번 해 보고 싶거든요” 소년의 버킷 리스트는 ‘머리카락 갖기, 여친 만들기, 유튜브 구독자(욘니와 치애) 100만 되기, 아빠랑 영국 가서 손흥민 선수 경기 보며 응원하기’라고 합니다.


소년의 유튜브를 본 후 2년이 지났습니다. 소년에게 2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얼마 전, 한 방송사의 <뜨겁게 안녕>이라는 프로그램에 소년의 가족이 나왔습니다. 소아 조로증 환자에게 17세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안녕 하우스>에서 아빠가 미리 20세 생일 케익을 준비하고, 가족이 함께 부르는 노래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후회하지 않도록... 최고의 하루를 사는 거야”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즈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린다’, ‘시간이 답답하다’ 이런 투정(?)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감사만 해야겠다 다짐합니다. 아들이 더벅머리를 하든, 꽁지머리(+염색)을 하든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간이 빠르다고요? 시간이 답답하다고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