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동물의 구조과정
사건의 취재과정은 이렇다. 지난달 12일 오피스텔 관리단 관계자로부터 고양이가 상가 건물내에 오랫동안 갇혀 있다는 제보였다. 미화 담당 직원들이 문틈 사이로 먹이를 주고 있었지만 코로나19에 확진되어 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오피스텔 현장에 가 보니 희귀동물을 수입·수출하는 ‘애니멀 인터네셔널’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문앞에는 각종 우편물이 가득 꽃혀 있었고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스티커가 문을 가릴 정도로 많이 붙어 있었다. 그 안에는 지하층을 배회하다가 천정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관리소 직원과 문틈 사이로 고양이 먹이를 주자 오랫동안 굶주린 고양이는 이내 먹이를 핥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임차인과 오피스텔 관리소에서는 16일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었다. 고양이는 재빠르게 밖으로 탈출했지만 내부는 사정이 달랐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도 사체 썩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수 미터에 달하는 큰 뱀은 죽은 상태로 반 이상 부패해 있었고, 공구 서랍처럼 쌓은 손바닥 크기의 함에는 레오파드 게코라는 도마뱀이 갇혀 있었다. 이미 대부분은 앙상한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로 죽어 있었고, 그나마 몇 마리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수백 개의 상자 중 열 개정도 열어봤는데 대부분은 죽은 상태였고, 그나마 두 곳에서 산 개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가임대인과 건물관리소 관계자는 “미물들이지만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살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타깝다”고 안쓰러워했다.
특히 사유재산이라 어찌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본 기자는 한 방송국의 동물관련 프로그램에 제보를 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먼저였던 것이다. 수차례 전화를 하고 동물들의 상태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내주었지만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게 1주일을 기다리다가 동물구호협회로 연락을 하니 구청으로 신고를 하라고 안내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본 기자는 중구청 도시농업과 동물보호팀을 찾아 실태를 알리고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본 기자의 제보를 받고 실태파악을 먼저 하려고 했던 구청 담당자와 동물병원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긴급구조를 하게 됐다. 총 380여 마리 중 살아있는 개체는 47마리였다.
동물을 방치한 업체 대표의 정체는?
애니멀인터네셔널 원00씨가 이 상가를 임대한 것은 2020년 12월부터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임대료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더니 여름부터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취재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올해 30세 초반인 애니멀인터네셔널 원00대표가 7년 전 지상파 방송 동물프로그램에 동물원 사육사로 출연했던 경력이 있었다는 사실과 지난해 11월 같은 방송국 고발프로그램에도 나왔었다는 것이다.
고발프로그램에서는 사업가 행세를 하며 인터넷 BJ에게 5억 원 이상의 별풍선(후원금)을 쏘고, BJ를 만나 고가의 명품을 선물하는 등 선심을 썼다는 내용이다.
대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한 피해자에 따르면 원00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람이 모인 단체대화방에만 20여 명이 있고, 피해 금액은 4~5억 원이 이른다고 한다. 또 해외에서 사기를 당한 사례도 접수됐고, 애니멀 인터네셔널에서 근무했던 직원도 임금을 체불해 원00씨를 고발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희귀 동물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애호가들에게 선입금해야 구해 줄 수 있다는 사기를 쳐 밝혀진 피해만 4~5억 원으로 집계되지 않은 피해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사기를 친 돈으로 기업가 행세를 하며 BJ에게 수 억원어치 별풍선을 쏘고, 불법도박에 호화생활을 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의 소환에 불응해오던 원00씨는 지난 30일 인천서부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사기’혐의로 원00씨를 인천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그러나 동물 학대에 대한 죄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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