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추위를 아십니까?
영종 주민들의 눈물겨운 권리 찾기 투쟁의 역사

영종 주민들의 눈물겨운 권리 찾기 투쟁의 역사
2023년 1월 말 현재 영종국제도시 인구는 109,646명이다. 영종국제도시 주민은 통추위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인하 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는 2003년 2월 영종국제도시에서 결성된 주민단체다.
영종도와 용유도, 삼목도와 신불도 사이를 매립해 거대한 부지를 만들고 그곳에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섰다. 그리고 공항을 연결하는 40.2Km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되었는데, 이 고속도로는 정부의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자본을 투입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었다.
2000년 11월 고속도로 개통 당시 통행료는 소형차량 기준 6,100원이었다. 당시 물가를 고려했을 때 이 통행료는 상식 밖의 고가였다. 2001년 3월 27일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항공사 근무자들과 공항버스 운수업체는 비싼 통행료를 이유로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전을 거부했다. 그러자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서둘러 공항상근근무자와 택시, 공항운행버스에 대한 통행료 감면을 단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 지역주민에 대한 감면은 고려되지 않았다.
배 타고 육지에 나가던 섬사람들이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든 육지로 나갈 수 있다는 기쁨에 고가의 통행료도 감수했지만, 영종도로 이주하는 인구들이 많아지면서 이 통행료 문제는 영종도 살이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당시 영종에는 구청이 없어 일을 보려면 육지에 있는 중구청까지 다녀와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비싼 통행료를 내야 했다. 당시 영종의 인구는 2만 명 남짓이었다. 고가의 통행료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 불만이 누적되면서 통행료 인하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2003년 2월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규찬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은 통추위를 결성하게 된다. 결국 2003년 3월 2일 통추위는 주민들과 함께 1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인천공항고속도로 저속 주행 시위를 벌였다. 그래도 정부에서 꿈쩍하지 않자 2차 통행료 시위를 계획한다. 동전내기 운동이었다. 2003년 4월 13일 1차 시위보다 더 많은 150여 대의 차량이 동원되었다. 주민들의 참여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10원짜리 동전과 1천만 원짜리 수표로 통행료를 내고 닭과 돼지고기 등 현물로 통행료를 납부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통추위 위원장은 현장에서 삭발식도 거행했다.

두 차례의 고속도로 시위는 당시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 되었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국토부는 정부의 재정으로 지역주민에 한 해 48.4%의 통행료를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이 최초로 지역주민 감면 카드를 발급하게 된 계기였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통추위 지도부의 희생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서 가능했다. 두 번째 시위로 지역주민 8명이 연행되었고 이후 김규찬 통추위 위원장은 이 일로 인천공항공사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다른 주민들은 처벌없이 해결되었지만 김규찬 위원장은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되었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은 자발적인 성금모금에 들어가 벌금 1천만 원을 모아 주었다. 김규찬 위원장은 2003년 톨게이트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법원 확정판결과 함께 2005년 인천공항공사에서 해고되었다. 이후 주민들은 2010년과 2014년 그를 인천 중구의회 의원으로 선택했고, 해고 13년만인 2018년 인천공항공사에 복직하게 되었다.
인천시가 부담하게 된 지역주민 통행료
2004년 8월부터 도입된 지역주민 감면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7월부터 인천공항철도가 개통하면서 그동안 정부 재정지원으로 시행했던 공항상근근무자, 공항운행노선버스, 출퇴근버스, 지역주민 감면을 모두 폐지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추위는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국토부의 일방적인 통행료 감면 폐지에 항의하며 2007년 3월 25일 ‘통행료 감면연장 요구’시위를 벌였다. 이때는 5백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차량 200여 대가 영마루공원에 집결했다. 그러나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 주민들의 차량은 입구에서부터 차단되었고, 일부 차량만 고속도로로 나가 동전납부 시위를 하며 통행료 납부의 부당성을 알렸다.

2차 시위는 2007년 8월 16일에 단행되었다. 150여 대의 차량이 인천공항고속도로 북인천영업소에서 저속과 동전납부 시위를 단행한 것이다.
통행료 납부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인천시의회가 나섰다. 노경수 당시 인천시의회 의원은 지역주민 감면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의원들을 설득해 ‘지역주민 통행료 지원조례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인천시가 거부했고, 결국 이 조례안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이후 인천시가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지역주민 감면은 인천시의 재정부담으로 2008년 11월부터 재개되었다.
이후 인천시가 영종국제도시의 인구가 늘어났다며 통행료 지원을 중단하려고 하자 김정헌 중구청장(당시 인천시의회 의원)은 인천시와 날선 대립을 하며 의회에서 싸웠고 결국 연장 조례안을 통과시켜 인천대교를 포함해 지역주민이 통행료를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인천시(80%)와 중구·옹진군(20%)이 지역 주민 통행료 감면으로 지난해 두 민간사업자에게 보전한 금액은 164억 원에 달한다. 감면이 시행되지 않았으면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갔어야 하는 금액이다.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는 정부의 약속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민자고속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하고 재정고속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과도하게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는 계획을 발표한다. 이 로드맵에 따라 서울-춘천, 대구-부산, 천안-논산, 서울외곽 등 대부분의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했고, 2022년 말부터 가장 비싼 요금이 책정된 인천대교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하기로 했으나, 고금리 등을 이유로 관련 용역을 완료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국토부의 로드맵에 따라 통행료가 인하되면 지역주민에 한해서는 지금 소요되는 예산으로 충분히 무료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주민 통행료 무료화’ 공약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수 없는 민원과 배준영 국회의원, 조택상 전 정무부시장 등 정치권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용역준공의 표면적인 논리는 고금리 상황이지만 기존에 시행했던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를 감안할 때 고금리 문제가 키는 아니다. 새정부들어서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주문했고 부채가 20조가 넘는 한국도로공사가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서는 ‘정책적 결정’이 선행되어야 추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월 1일은 영종주민주권 회복의 날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은 16년 만에 통추위 깃발을 다시 물려받았다. 정부가 약속한 통행료 인하를 스스로 어기면서도 어떠한 해명과 노력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부단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자 주민들은 다시 고속도로로 나설 계획을 세웠다.
2023년 3월 1일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은 다시 준법투쟁을 벌인다.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영종 주민들의 오랜 염원인 통행료 인하, 그리고 주민들의 무료통행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통추위 초대 김규찬 위원장과 2007년 시위를 주도했던 통추위 이재구 위원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통행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금까지의 통행료 감면이 20년 전 주민들의 피와 땀의 결실인 것처럼 1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영종국제도시에서 주민들의 결집된 힘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영종무료통행시민추진단은 3월 1일을 ‘영종주민주권의 날’로 선언하고 오후 2시 영종하늘도시 자연대로에서 집회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준법주행을 거쳐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까지 평화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집회 참가 예상은 차량은 1,00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