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나누고 베푸는 사람
장윤석 목사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생을 세 가지 곤충에 비유했습니다. 가장 먼저 거미와 같은 사람입니다. 거미줄에 걸려들면 잡아먹는 거미와 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사는 사람입니다. 다음은 개미와 같은 사람입니다. 부지런히 일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세 번째로는 꿀벌과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꿀벌은 열심히 날아다니며 꿀을 모읍니다.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수술과 암술을 붙여주고 열매를 맺게 도와줍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남에게도 사랑을 베풀고, 공동체에 큰 유익을 주는 사람이 꿀벌 같은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리스도인들은 꿀벌과 같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시고,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이 땅에서의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악을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로 인하여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성찬은 예수님이 나누어주신 생명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성례입니다.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받을 때, 우리도 또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를 나누고 베풀고자 하는 다짐으로 받습니다. 예수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꿀벌과 같은 사람입니다. 받은 생명과 사랑을 서로 나누며, 여기저기 다니며 받은 은혜를 나누며 베푸는 사람입니다. 사랑의 꽃이 피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25년 정도 목회를 하면서 꿀벌 같은 사람들을 통하여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유스도, 빌레몬, 루디아와 같은 동역자들을 만났습니다. 어떤 분들은 물질로, 어떤 분들은 기도로, 어떤 분들은 봉사함으로, 어떤 분들은 목회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알아줌으로, 어떤 분들은 변함없이 한결같은 지지로 힘이 되어 줍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목회자들은 이런 분들 때문에 힘들고 외로운 길을 묵묵히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목회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사역에 힘이 되어주는 꿀벌 같은 성도들이 있었기에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도 벌써 한 해의 절반을 지나면서 다시금 내가 받은 사랑과 은혜를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모든 것이 은혜이며 사랑의 빚진 자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회자에게 성도는 사랑하고 섬겨야 하는 대상인데, 나는 오히려 사랑과 섬김을 받고 있습니다. 목회자가 뭔가를 하자고 하면, 신뢰하고 물심양면 아끼지 아니하고 지지하며, 저의 연약함을 채우고자 늘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서 생명을 나누어 주셨는데, 성도들은 꿀벌처럼 저렇게 아낌없이 섬기고 베푸는데, 나는 평생에 나눈 것이 얼마나 되는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 저녁부터 필리핀 선교팀이 선교지 여름성경학교를 위해서 출발합니다. 인천 CCC 청년들과 우리 청년부가 영종 지역 도시전도를 위해서 비지땀을 흘리며 오늘까지 사역합니다. 교회의 여름 행사들을 준비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시 성찬을 받으며 다짐해 봅니다. ‘꿀벌 같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