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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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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부


공자는 “사람들은 누구나 음식을 먹고 마시지만 그 맛을 제대로 알고 먹는 자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공자의 말처럼 맛에 대해 알고 먹으면 미식의 즐거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음식의 깊이와 풍미를 이해하는 것은 배고픔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이해하고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하는 것이다.  

 

옛 사대부들은 두부를 다섯 가지 미덕을 갖춘 오미(五美)로 불렀다. “이것은 맛이 부드럽고 좋음이 일덕(一德)이요, 은은한 향이 이덕(二德), 색과 광택이 아름다운 것이 삼덕(三德)이고 모양이 반듯함이 사덕(四德), 먹기에 간편함이 오덕(五德)이다.”라고 두부를 두고 오미(五美)를 갖춘 음식으로 여겼다. 두부에 담긴 사대부들의 미식은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참된 맛을 알고 음식의 가치를 깊이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두부’를 ‘두포(豆泡)’라 불렀으며, ‘백 번 맛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다. 두부는 ‘무골육(無骨肉)’, 즉 뼈 없는 고기라 불렸고, 콩에서 나온 우유라는 뜻의 ‘숙유(菽乳)’로도 불렸다. 이러한 명칭들은 두부가 영양적으로 고기와 우유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식재료였음을 보여준다.


두부의 주재료인 콩에 대해, <제문요술>에서는 “음력 9월 중에 아래 잎이 누렇게 말라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빨리 벤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콩은 잎이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변한 뒤에 콩을 터는데 영종도에서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상순에 수확한다. 수확한 콩을 물에 불려 갈아 짜낸 콩물을 끓여 간수를 넣고 엉기게 하여 두부를 만든다. 이때 간수는 천일염 아래층에서 빠져나온 간수를 모아 두부를 만들었는데 영종도에는 과거 염전이 있어 간수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부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을 갈고 두부를 가마솥에 끓여 정성을 들여 저어야 하며 간수를 잘 맞춰야 하고 콩물을 짜는 데도 힘이 많이 들어가 손님이 오거나 제사와 같은 특별한 날에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두부는 간수가 중요한데, 간수는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에 있는 염화마그네슘이 공기 중에 수분을 흡수하여 녹아 나온 액체이다. 현재는 간수 대신에 천연 염화마그네슘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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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의 맛은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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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제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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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에는 직접 두부를 만들어 요리하는 두부 전문점이 많다.

 

두부로 만든 요리는 다양하다. 두부는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부드러워 맛있으며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특히 영종도에서는 조개가 들어간 두부탕을 먹을 수 있다. 바지락과 백합 등 제철 조개를 넣어 끓이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살아 있는 두부탕이 된다. 시원한 국물은 두부의 담백함과 조개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어우러져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영종도에서 제철 조개가 국물에 깊이를 더하고, 가을철 조개의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두부가 목을 타고 후루룩 넘어갈 때, 그 따뜻한 국물이 속까지 전해져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두부 하면 모두부도 빠질 수 없다. 갓 만든 따뜻한 모두부는 간장을 살짝 찍어 먹거나 김치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그 담백하다. 모두부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혀에 닿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며, 부드러운 두부는 풍미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옛 사대부들이 두부를 오미(五美)를 갖춘 음식이라 칭송한 이유를 이 한 조각의 두부에서 느낄 수 있다. 맛이 부드럽고 은은한 향과 광택, 반듯한 모양까지 갖춘 두부는 그 자체로 음식의 미덕을 담은 고귀한 음식으로 전해진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콩이나 팥 한 되면 쌀 한 되와 맞먹는다’고 했다. 두부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깊은 맛과 다채로운 풍미를 통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이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 뜨끈한 국물이 그리울 때 두부탕을 먹으며 맛과 건강까지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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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전골


<영종도 직접 만드는 두부 요리 맛집>

- 영종성당 인근에 ‘이륙상회 손두부집’은 부드러운 모두부, 두부지짐, 두부전골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륙상회 손두부집 032-746-1496) 

- 운남동에 있는 ‘콩사랑’은 콩 전문 맛집으로 여름철에는 콩국수가 유명하며, 모두부, 부두 보쌈을 먹을 수 있다. (콩사랑 032-752-5253)   

- 운남동 ‘윤씨네 두부집’은 두부보쌈, 두부 버섯전골, 하얀순두부와 얼큰 순두부가 있다.(윤씨네 두부집 032-751-9741)

- 운서동 ‘노랑콩’은 순두부찌개, 두부김치 등 다양한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다.(노랑콩 032-747-223)

- 운남동 ‘다정가마솥손두부’는 여러 가지 순두부 요리와 해물두부전골, 두부보쌈을 내놓는 맛집이다. (다정가마솥손두부 032-752-3008)

- 운남동 ‘일오삼달집순두부’집에서는 민물새우두부전골, 해물순두부, 굴순두부 등 두부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오삼달집순두부 032-74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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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혜정의 영종도의 맛기행> 다섯 가지 미덕을 담은 한 그릇 오미(五美) 두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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