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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2.0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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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겨울 제 맛을 내는 바다의 우유 생굴

 

눈 덮인 겨울의 섬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차가운 섬 바람이 매서워질 무렵, 무의도와 용유도에서는 굴 채취가 한창이다. 서해의 겨울 굴은 조수간만의 차로 크기는 작지만, 바다의 영양분을 머금어 신선함과 향이 남다르다. 한입 물면 바다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며, 쫄깃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져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굴 채취가 끝난 자리에는 납작한 굴 껍데기들이 하얗게 흩어져,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바위 위에 핀 하얀 꽃처럼 보인다. 이를 '돌꽃' 또는 '석화(石花)'라 부르며, 자연산 굴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서해 갯바위에 피어난 석화는 겨울철 무의도의 특별한 풍경이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매일 굴을 챙겨 먹었으며, 문학가 발자크, 작가 카사노바, 클레오파트라 등 역사적 인물들 역시 하루에 굴을 50개 이상 먹을 정도로 굴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인들에게도 굴은 예외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전식품으로 사랑받아왔다. 특히 굴은 남성을 더욱 강인하게, 여성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여겨지며, 서양에서는 '굴을 먹으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력제로도 즐겨 먹는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라는 속담처럼  얼마나 굴이 몸에 좋은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굴' 가운데 해가 돋는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는 놈을 보면 '굴' 따는 여인들이 얼굴을 붉히며 치마속에 감추느라 허겁지겁 한다던데, 남편들에게 이걸 먹이면 밤새워 보채는 사랑의 묘약(妙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굴의 육질은 몸이 이로우며 피부를 예쁘게 하고 대장과 소장을 깨끗하게 해주는 해물 중의 귀물이며, 굴 껍데기는 허약한 사람, 신경쇠약에 최고라고 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영종도, 용유도, 무의도 굴에 대해서 나온다. 부평도호부에 패류 중 굴(土花·石花)이 주로 잡힌다고 나오며, <강화도호부>에서는 미네굴(土花), 굴(石花)이 특산물로 표시되어 있다. 인천군(仁川郡) 영종도, 삼목도, 용유도, 무의도에서도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바닷가에서 바지락, 굴 등 조개 채취를 한다고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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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의 맛을 가득 담은 굴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용유도와 무의도에서는 바닷물이 빠지면 굴을 캐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추운 겨울바람에도 불구하고 갯바위에 붙어있는 자연산 굴을 따기 위해 중무장을 한 할머니들을 볼 때면 억척스런 바닷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해서 애잔한 마음도 든다. 몇몇 할머니들은 어렵게 캐온 굴을 바로 길가에서 까서 판다. 

 

갯바위에서 채취한 자연산 생굴은 굴회나 생굴무침으로 먹고 겨울철 김장을 담글 때도 넣기도 한다. 김장철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수육과 함께 싸먹는 굴보쌈이다. 김장 배추와 수육, 생굴을 함께 삼합으로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과 한입 가득한 수육과 생굴이 겨울의 굴 맛을 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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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에 가면 할머니들이 찬 바람 맞으며 캐온 굴을 직접 까서 팔고 계신다.

 

영종도, 용유도, 무의도 굴은 자연산 굴로 크기가 작지만 맛이 좋아 굴젓으로 밥반찬이나 미역국, 굴국 등 겨울 밥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다. 생굴은 깐 채 그대로 후루룩 넘겨도 바다의 진한 맛을 내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고추장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추운 겨울 호호 불어가며 뜨끈한 굴국밥에 밥 한숱가락은 든든한 영양식이 된다. 굴을 발효시킨 어리굴젓은 겨울철 입맛을 돋우는 반찬으로 밥도둑이다. 어리굴젓은 굴을 짜지 않게 단기일에 담가 고춧가루를 추가해서 먹어 ‘어리’라는 ‘덜되고 모자란다’라는 뜻으로 옛말 ‘얼’에서 유래된 것으로,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굴젓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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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별미 굴 보쌈

 

생굴은 염도가 높은 해수에서 자라면서 당분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져 고유의 맛을 낸다. 달콤한 맛을 내는 글리신과 알라닌, 달콤 쌉싸름한 프롤린, 아르기닌, 감칠맛을 더하는 글루탐산은 굴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지질과 글리코겐 함량이 증가해 굴 특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우유 맛이 난다. 

 

굴은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풍부한 영양소로도 주목받는다. 우유보다 200배 많은 요오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갑상선 건강에 좋으며, 철분과 비타민 C, E 함량은 소고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러한 성분들은 피로한 성인을 회복시키는 데 유익하며, 당뇨병, 간장병, 심장병, 고혈압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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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물에 바다의 향을 가득 담은 굴국밥

  

바다의 우유, 굴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 단순한 겨울철 별미를 넘어 자연과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식재료로 귀중한 가치를 더한다. 무의대교를 건너면 할머니들이 직접 깐 자연산 생굴을 바로 구매할 수 있고, 무의도에 있는 식당 대부분과 용유도 마시란 해변 초입에 식당, 예단포, 구읍뱃터 등 영종도 곳곳에서도 굴밥과 굴무침 등 굴요리를 즐길 수 있는 맛집이 많다. 이번 겨울 나만의 굴 맛집을 발굴해 보는 바닷가 미식 여행을 추천한다. 


<겨울 굴 먹는 포인트 3가지>

첫 번째, 겨울철 굴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생굴무침이나 어리굴젓으로 먹는 것이다.

두 번째, 조리 시간이 길면 질감이 질겨지고 풍미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굴 요리를 할 때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조리해야 한다. 

세 번째, 굴을 날것으로 먹을 때, 레몬즙을 살짝 뿌리면 굴의 비린내가 없어지고 살균작용을 한다. 자연산 굴은 그냥 먹는 것이 풍미를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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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혜정의 영종도 맛기행 > 굴! 혀끝에 느껴지는 겨울 바다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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