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소갈딱지? 작지만 깊은 바다의 한 입
‘밴댕이 소갈딱지’는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아주 좁고 얕은 마음 씀씀이를 뜻한다. 인천 사람에게 익숙한 이 말은 밴댕이의 성질을 사람에 빗대어 생겼다. 밴댕이는 몸집에 비해 내장이 작고, 예민한 성질 탓에 그물에 걸리면 금방 죽는다. 얇은 속살과 빠른 죽음을 두고 ‘밴댕이 소갈딱지‘,‘밴댕이 소갈머리 없다’는 표현이 생겨났다.
‘소갈머리’는 속마음을 뜻하는 속된 말로, ‘소갈’(속마음)과 ‘머리’(채신머리, 버르장머리처럼 비하를 의미하는 접미사)의 합성어로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불명예와는 달리, 밴댕이의 속살은 부드럽고 씹을수록 고소하기만 하다.
밴댕이는 5~6월이 제철이며 ‘오사리밴댕이’라 불린다. 5월 사리에 잡히는 밴댕이가 가장 맛있다고 하며, 이때는 싱싱한 회와 무침으로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강화도 연안은 밴댕이의 주요 서식지로, 산란기를 앞두고 몸을 불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어 영종도 주변과 장봉도, 신·시·모도, 강화도 해역에서 주로 잡히며, 강화도에서는 ‘반지’나 ‘풀반지’, ‘풀반댕이’가 생김새가 비슷하여 모두 밴댕이로 불린다.
밴댕이는 자산어보에서는 해도어, 소어, 반당어 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증보산림경제에서는 “탕과 구이 모두 맛이 있고 회로 먹으면 준치보다 낫다”라고 하여 조선시대에도 밴댕이를 회로 먹었음을 알 수 있다.
- 영양덩어리 밴댕이
밴댕이는 작지만 영양이 풍부한 생선으로 100g당 단백질이 16.3g, 칼슘이 173mg으로, 고단백·고칼슘 식품이다. 골다공증 예방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며,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밴댕이는 생 밴댕이를 가로로 회를 떠서 뼈 없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가장 맛있다. 제철 밴댕이회는 입안에 넣으면 은은한 향이 가장 먼저 퍼지고 회라기보다는 부드러워 혀끝에서 살은 부드럽게 녹고, 미묘한 단맛이 돌다가 씹을수록 고소하고 연한 식감으로 감칠맛이 돌아 다시 초장에 찍어 한 점 더 넣으면, 새콤한 산미와 은은한 고소함이 겹쳐져 제철 회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이것이 오사리철에만 맛볼 수 있는 밴댕이회다.
밴댕이회무침은 밴댕이와 양배추 등 채소를 양념 고추장에 버무린 음식이다.
얇게 썬 밴댕이회를 깻잎에 싸서 쌈장과 함께 먹으면, 얇은 살은 씹을수록 단단해지고 고소한 기름기는 입안에 여운을 남긴다. 고추장의 산미, 들기름의 향, 새콤하게 무친 채소가 어우러져 입안을 꽉 채우고, 구수한 된장국을 곁들이면 어느새 접시는 비어 있다.
밴댕이 회무침은 원래 어부들이 조업 중 대강 썰어 채소와 함께 배 위에서 비벼 먹던 방식에서 유래했다. 음식점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30년 전부터이며, 식당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달라 밴댕이 전문 음식점에서는 순무김치, 돌게장, 제철 반찬 등을 곁들여 각기 다른 개성을 더한다.
- 다양하게 즐기는 밴댕이
밴댕이는 회무침 외에도 조림, 구이, 젓갈로 다양하게 즐긴다. 밴댕이 조림은 양념의 단맛에 눌리지 않고 생선 본연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으며, 부드러운 살에 양념이 스며들어 밥을 부르며 밴댕이 구이는 얇은 살이 기름을 머금은 듯 고소하게 구워지고, 뼈째 먹어도 부담이 없다.
밴댕이 젓갈은 인천에서 특히 유명하다. 큼직한 밴댕이를 숙성시켜 만든 젓갈은 다른 젓갈과 달리 서걱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담백하고 오래 두고 먹기에도 좋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퍼지고, 인천의 김치나 강화 순무김치에 넣으면 시원하고 깊은 맛이 더해진다. 특히 순무김치에는 밴댕이 젓갈이 반드시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효자로 이름난 충무공 이순신은 임진왜란 중에도 고향의 모친을 위해 밴댕이젓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이 젓갈은 귀하고도 특별한 음식이었다. 밴댕이는 봄철 생선으로 생물 상태로 사시사철 즐기기는 어렵지만, 최근에는 급속 냉동 기술 덕분에 연중 내내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성질은 급하고 수명은 짧지만, 밴댕이는 그 짧은 전성기에 온몸으로 계절을 담아낸다. 밴댕이의 속은 좁지 않다. 부드럽고 고소하며, 다시 오사리를 기다리게 하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밴댕이 맛 포인트>
첫째, 밴댕이를 깨끗이 씻은 후 비늘은 칼의 뒷면이나 비늘 제거 도구를 사용하여 제거하고, 머리 부분은 잘라내고 배를 가로로 잘라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둘째, 밴댕이는 내장이 남아 있으면 비린내가 날 수 있어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야 한다.
셋째, 밴댕이를 구울 때 식용유를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 밴댕이는 살이 얇아 생선 살이 붙어버릴 수 있어 불판이 너무 뜨겁지 않도록 약한 불에서 서서히 익히는 것이 좋다.
넷째, 밴댕이는 가시가 얇고 부드럽지만, 목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뼈를 잘 발라야 하며 잘 씹어 먹어야 한다. 회로 먹을 때는 반을 갈라 가시 없이 먹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