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부채는 물론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데는 대략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는 걷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점, 둘째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를 경우다. 올해 들어 정부는 두 차례 추가 경정예산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제2차 추경안을 국회부터 승인받았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첫 추경이다. 31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인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내년에 사상 처음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번 추경에 신산업 투자와 건설 산업 지원 등도 있지만 전체의 절반을 넘는 예산을 국민 민생지원금으로 투입키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서민경제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은 불가피할 수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0%대에 머물고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남동산단 살려야 지역경제 활성화된다
최근 필자가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남동산단) 내 몇 곳의 업체를 방문 했는데 그야말로 모두들 죽은 소리 뿐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환경에 따른 규제와 부족한 인력난을 호소했다. 특히, 오래된 규제도 풀려고 하지 않아 생산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 했다.
남동산단 내 업체들은 대부분 내수 보다는 해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장비에서부터 뿌리산업의 근간인 주조-금형-도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산실이 인천 남동산단이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실제 기업은 돈 지원보다 돈을 벌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인력 및 주차 해결 등 간접 지원을 더 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필요한 것은 예산을 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사용해 주길 원했다. 인력 확보 및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 자재 및 물품 보관 창고 등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인천 남동산단에는 7,508개의 공장이 입주해 있는데 가동률이 66.3%에 그치고 있다. 남동산단의 공장 10곳 중 3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은 가동률이 고작 58.2%에 불과하다. 남동산단의 올해 1분기 전체 생산액도 지난해 4분기 8조 654억 원에서 올 1분기 7조 7,594억원으로 줄어 들었다.
이같은 남동산단의 가동률 급락은 지역경제 침체와 경쟁력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인천시의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입주 기업 관계자에 물어보면 매번 비슷한 보여주기식 정책만 수립해 언론에 알리고 있다고 한다. 시 당국은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스마트 공장 전환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과 시당국 간 소통이 안되는게 더 큰 문제이다.
민생지원금,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으로 한정해야
정부가 추경을 통해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 중 하나는 극심한 내수 침체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 부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촉진하고 민생을 지원하는 정책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문제는 민생 지원을 위해 현금을 주더라도 저소득층이나 힘든 소상공인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받은 돈을 소비에 지출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정부가 돈을 쓰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국민에게 나눠주는 지원금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승수 효과는 불과 0.33에 불과하다. 세금 1조 원을 써도 국내총생산(GDP)은 3,300억 원 증가에 그친다는 뜻이다. 반면 도로, 항만, 같은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면 0.86배의 승수 효과를 가져온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현금 지원보다 미래 투자에 쓰는 것이 효과적이란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재정악화다. 이번 민생지원금 예산은 전액 빛을 내 조달한다. 이로 인해 올해 국가 채무가 1,300조 원으로 1년전 보다 105조 원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9%로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 준칙의 마지노선인 50%에 육박하게 된다.
국가 채무 미래세대에게 물러줄 수 없어
국가 채무가 더 불어나는 이유는 추경으로 씀씀이가 커지는 데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세수 목표치를 낮춰 잡으면서 국채 발행이 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예산상 지출은 673조 3,000억 원이었지만 두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700조 원을 넘게 됐다. 반면, 총수입은 642조 4,000억 원으로 줄어 들었다. 나랏빚 증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면 앞서 지적했듯이 현 정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가 채무 비율 50%를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 채무가 계속 늘어나면 신용 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어떤 경제 위기가 벌어지는지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때 확실히 경험했다. 따라서 이번 민생 지원을 위해 정부의 추경은 불가피 했지만 향후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세밀한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결론은 추경에서의 민생 지원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만 지원하는 돈 만큼은 저소득층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 부양을 핑계로 여러 잡음이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세금도 잘 걷히지 않고 있다. 돈 풀어 민생을 잡겠다면 나중에 큰 사고 난다. 그리고 국민들은 정확히 알고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 늘어나는 부채를 미래 세대에게 물러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