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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7.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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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총 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이 제도는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자퇴율 증가, 과목 개설 편차, 교사 부족, 지역 격차 등 다양한 운영상 문제들이 현실에서 드러나면서 고교학점제의 명분은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 자체보다, 제도의 뼈대를 지탱해야 할 정책적 전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도입이 강행되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면서 특목·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내신을 절대평가 중심의 성취평가제로 개편하려 했다. 이는 고교 유형 간의 유불리를 줄이고, 학생들이 비교적 공정한 환경에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목고 존치 방침이 유지되었고, 내신 평가도 5등급제 상대평가를 병행하는 체계로 개편이 되었다. 결국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학점제만 단독으로 시행되면서, 제도는 방향을 잃고 겉돌고 있다. 


 또한 과목 선택의 기준이 진로나 적성이 아니라, 등급을 유리하게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학생들은 실제로 자신이 가고 싶은 진로보다, 수강 인원이 많아 1등급 인원도 많은 과목을 선호하게 된다. 이로 인해 특정 과목에 학생이 몰리고, 반대로 진로에 필요한 과목은 개설되지 않거나 폐강되기 일쑤다. 이는 고교학점제가 강조한 선택의 다양성이 오히려 교육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고 있다. 지역 간 격차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대도시 일반고와 달리 농어촌이나 소규모 학교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이나 지역 연계 수업 등의 대안이 있지만, 여전히 운영 부담은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안은 성취평가 중심의 내신 회귀, 수능 절대평가 전환,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재추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교육 정책으로의 회귀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이미 현재의 고교학점제 체계와 입시 환경을 기준으로 진로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결국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준비 없는 도입과 엇갈린 정책 방향이 만든 정책의 실패다. 교사 수급, 공간 확보, 과목 다양화, 평가 체계 정비 같은 현실적인 기반 없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한 결과는 선택권 없는 선택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가능한 과제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공동교육과정의 질적 개선, 지역 간 자원 연계 강화, 교사 업무 경감과 연수 체계 마련 등은 비교적 단기적으로 추진 가능한 과제다. 제도 철회나 급진적 개편보다, 현장에 맞춘 정교한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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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철 애듀플랜24 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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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고교학점제,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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