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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10.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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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입맛 사로잡는 전라도식 추어탕

 

한로를 지나 상강으로 접어드는 10월 하순, 영종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추어탕은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가을에 먹는 추어탕은 특별하다. '추어(鰍魚)'라는 이름에서 많은 이들이 '가을 추(秋)'를 떠올리지만, 사실 '미꾸라지 추(鰍)'자를 쓴다. 그럼에도 추어탕이 가을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가을철 미꾸라지는 수확이 끝난 논에서 잡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을 축적하며 살이 통통하게 올랐을 시기다.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특히 여름철 더위에 지친 몸을 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뼈째 갈아 넣어 만든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걸쭉한 식감을 자랑하며, 산초가루를 뿌려 먹으면 특유의 얼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추어탕은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른데 크게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는 방식과 갈아서 넣는 방식으로 나뉜다. 여기에 시래기, 부추, 대파, 깻잎 등의 채소를 지역마다 다르게 넣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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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가득한 추어탕 상차림

 

서민의 음식에서 양반의 보양식으로

 

추어탕의 기원은 정확히 기록된 바는 없지만, 고려도경에는 ‘귀한 손님은 육류를 즐겨먹었으나, 가난한 서민은 수산물을 많이 먹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가난한 서민이 먹었지만 추어탕이 건강과 남자의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양반들 사이에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본초강목에서는 미꾸라지를 ‘속을 데워주고, 술을 깰 수 있도록 도와주며 뭉친 속을 풀어준다’라고 기록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미꾸라지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속을 따뜻하게 북돋아 묽은 변을 멎게 하고, 추어라고도 불린다’라고 나와 미꾸라지를 조리해 먹은 기록이 등장한다.

 

조상들은 추어탕을 ‘땀을 내고 몸속의 냉기를 몰아내는 음식’으로 인식하며, 환절기 감기나 몸살 예방에도 좋다고 여겼다. 단순한 한 그릇의 국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대응하는 지혜로운 건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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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은 추어탕

 

추어탕의 맛, 그 구수하고 진한 풍미

 

추어탕의 맛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조리법에 따라 전라도식·서울식·원주식·경상도식으로 나뉘며 지역마다, 집마다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구수한 국물에 들깻가루가 더해져 고소함이 배가된다. 여기에 미꾸라지 특유의 감칠맛이 우러나면서 깊고 진한 맛을 낸다.

 

전라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뼈와 내장을 갈아서 체에 거른 후 끓여 내며 된장과 시래기와 우거지를 듬뿍 넣어 걸쭉하게 하며 국물이 진하고 구수하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어 조리하여 국물이 맑고 미꾸라지의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렸으며, 우거지와 배춧잎을 넉넉히 넣고 방앗잎(배초향)으로 향을 낸다.

 

서울과 인천은 '추탕'이라고 불렀다. 통째로 미꾸라지를 넣어 국물이 맑고 소고기 국물과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먹었다. 인천은 기름이 섞인 쇠고기와 곱창을 넣고 끓인 '추탕'으로 불리는 추어탕을 시래기와 우거지를 넣고 국물이 진하면서 구수하게 먹은 것이 특징이다. 영종도의 추어탕은 시래기와 우거지를 듬뿍 넣고 된장으로 끓이며, 들깨를 갈아 넣어 고소한 맛과 국물이 진하면서도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근래는 추어탕이 남도와 남원식 추어탕으로 바뀌어 추탕을 맛보기가 어렵다.

 

추어탕의 마지막 향미를 결정하는 것은 산초나 초피(제피)다. 비린내를 잡아주고 특유의 향이 풍미를 더한다. 가을에 수확한 들깨로 만든 들깻가루의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과, 된장의 구수함, 산초의 얼얼함이 어우러져 각 지역 고유의 맛과 식문화가 담긴 추어탕 한 그릇은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육지의 장어로 가을철 최고의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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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바속촉 추어 튀김

 

미꾸라지가 품은 놀라운 영양

 

추어탕이 보양식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미꾸라지의 탁월한 영양 성분 때문이다. 미꾸라지는 100g당 단백질이 18g으로 소고기에 맞먹는 고단백 식품이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들어있어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칼슘 함량도 뛰어나다. 

 

미꾸라지를 뼈째 갈아서 끓이기 때문에 칼슘 흡수율이 매우 높아 뼈 건강과 빈혈 예방에 좋으며, 여기에 인, 철분,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A, B, D도 골고루 함유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불포화지방산이다. 미꾸라지에는 DHA와 EPA가 들어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미꾸라지의 점액질에 포함된 뮤신(mucin) 성분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다. 들깻가루 역시 영양학적 가치가 높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염증을 억제하고, 로즈마린산 같은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다. 된장의 발효 단백질과 이소플라본도 추어탕의 영양가를 높이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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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더 맛있는 추어탕과 추어튀김

 

영종도에서 맛보는 가을의 정취

 

바닷바람이 차가워지는 가을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추어탕 뚝배기를 마주하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고소한 들깨와 부추를 넣고 우거지가 어우러진 뜨끈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은 온몸의 기운이 살아나는 것 같다. 추어탕 한 그릇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김치, 깍두기는 기본이고, 부추와 어리굴젓까지 곁들여진다. 뜨끈한 솥밥을 추어탕 국물에 말아 막 담근 김치와 어리굴젓을 얹어 먹는 한입은 식욕을 돋운다. 일부 식당에서는 추어탕과 함께 보쌈과 어리굴젓이 기본으로 나오기도 하고, 미꾸라지 튀김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제공한다.

 

산초가루와 들깨가루도 취향껏 넣으면 된다. 산초의 얼얼한 맛이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깊은 풍미를 더해준다. 특히 날씨가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 막걸리 한 잔과 함께하는 추어탕은 그 어떤 보양식보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영종도는 다양한 스타일의 추어탕집이 있다. 남도식, 남원식 추어탕집은 맛과 취양에 따라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갈은 추어탕이 나오며 통추어탕도 맛볼 수 있다. 

 

영종도에서 선선한 바람과 가을 갈대를 즐기며 석양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며 추어탕 한 그릇을 맛보길 권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따뜻한 온기와 살이 오른 미꾸라지로 보약을 먹으며 가을을 즐기는 순간이 될 것이다. 

 

 <영종도 추어탕 맛집>

- 운서동 남도추어탕은 보쌈과 굴젓이 함께 나오고, 인삼추어탕과 추어튀김을 맛볼 수 있다. 

- 운남동에 있는 백운골 남원추어탕은 추어튀김이 맛있으며 겨울에는 굴보쌈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 전소 구름산 추어탕은 보쌈과 함께 나오는 콩나물 무침이 특징이며 우렁추어탕과 속풀이추어탕이 있다. 

- 구읍뱃터 초입 남도추어탕은 전라도식 추어탕으로 솥밥과 보쌈, 굴젓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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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질수록 생각나는 한 그릇,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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