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9-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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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두번째
    사진 구도,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로!   기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보도사진이나 실험정신과 창의성의 성취를 추구하는 예술사진은 논외로 하고, 일반인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사진의 요건은 무엇일까? 단연 구도(composition)라고 말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선예도와 색감이 뛰어난 사진을 찍었다 해도 매력적인 구도를 취하지 못했다면, 그 사진은 인상적인 평가를 남기기 어렵다.   구도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사진 속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구도는 사진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종의 설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사진이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행위로 인정받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필립 퍼킨스는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통찰의 힘은 바로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구도는 천부적인 소질과 느낌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도달하기 힘든 영역도 아니다. 연습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만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천부적 소질과 감에만 의존하는 사진가는 높은 수준의 작품세계에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진생활의 즐거움을 지속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구도에 이르는 과정은 섬세하고 세심한 주의력이 요구된다. 구도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넣거나 빼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넣고’, ‘빼는’ 행위는 촬영자에게 늘 고민을 안겨준다. 의도된 연출을 하지 않는 한, 눈앞의 시각적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프레임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외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순간 포착을 위한 신속한 판단 능력도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이미 프레임 안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도는 사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려는 정보를, 그에 적합한 구도로 표현하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여진 원래 장면과 카메라 프레임 안에 구성된 장면은 전혀 다른 모습과 의미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진은 태생적으로 소통의 도구(media)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이미지 전달 문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문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좋은 구도 만들기’를 연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 과연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까? 사진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몇가지 연습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를 조화롭고 균형되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 요소를 배치하고 촬영하는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을 모두 맞추기 힘들 때는 수직을 우선시 한다. 분명한건  수직/수평 맞추기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기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여백의 활용을 항상 생각하도록 하라. 대개 좋은 사진은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게 없는 단순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욕심은 금물이다. 과감하게 빼고 제거해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주제와 이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보조 장치일 뿐이란 걸 명심하자. 셋째, 이번에는 여백을 채우는, 즉 프레임 구석구석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전봇대, 전선, 간판, 지나가는 사람 등과 같은 일상적 이미지들을 구석구석에 적절히 배치해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한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수직과 수평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틈나는대로 좋은 구도의 사진을 직접 보고 익히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대가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브레송은 순간포착에 능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세밀한 관찰과 계산을 통해 완벽한 구도로 촬영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손과 발의 동작, 시선의 처리, 여백의 활용 등 사진 프레임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매주 열리는 사진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어도 좋다. 모든 전시회의 사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미흡한 작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좋은 구도를 위한 연습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3분할의 법칙 같은 기본적인 프레임 활용방식을 먼저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난 뒤에 자기만의 파격적인 구도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 모든 창작행위가 그렇듯 사진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발전할 수 있다. 사진에도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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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18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번째
    <<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든 국민이 사진가가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자신을 찍는 셀카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다양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특히 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DSLR. Digital Single Lens Reflex)는 사진전문가 뿐만 아니라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퍼져 국내에 300만대가 넘게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다양한 사진전문 잡지나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아마추어들은 생소한 용어부터 높은 벽을 실감합니다. 기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사진을 조금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입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시각에서 사진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글을 써 주시는 이호준 사진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언론학 박사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재직중이며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입니다. 갯벌의 풍경을 찾아 영종도와 장봉도 등 우리지역을 자주 찾는 사진가는 앞으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사진에 대한 이해폭을 넓혀 줄 것입니다. 원고를 기고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 번째 사진 노출, 트라이앵글 법칙 이해하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어려운 조작 없이 사진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간단한 설정만으로 전문가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기록 매체가 바뀌었을 뿐, 사진이 ‘찍히는’ 과정은 여전히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진생활의 지속성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두고두고 사진생활을 즐기기 위한 사람이라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빛의 예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빛이 없으면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빛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렌즈를 거쳐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에 피사체의 형상과 색상을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빛의 양인데, 카메라로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노출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노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에서부터 사진생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그러면 과연 적정 노출은 어떻게 측정하고 조절하는가?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여러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셔터, 조리개, ISO가 그것이다. 이 셋을 조합해 적정한 노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이앵글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두 노출에 관여된다는 점에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셔터 속도는 빛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한다. 카메라에 표시된 숫자가 클수록 셔터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빛은 적게 들어온다. 조리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역시 숫자가 클수록 빛은 적게 들어온다. 이처럼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광량이 적어지는 것은, 카메라에 표시된 셔터 속도는 원래 분수지만 편의상 분모에 해당되는 숫자로 표시하기 때문이고, 조리개 수치(F)는 초점거리를 조리개의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빛이 들어오는 렌즈의 구경이 좁아져서 빛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SO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필름 카메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필름의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 장치를 이용해 빛을 증폭해 민감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 전에 자동이나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 스스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수치를 적절히 조합해 적정한 노출값을 구해 자동으로 촬영한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이렇게 카메라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데 굳이 트라이앵글 법칙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장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말고도 사진의 표현력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셔터 속도를 매우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뒷배경은 흐릿하지만 인물은 또렷하게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조리개는 사진에서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사진용어로 심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만으로 광량의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즉 어두운 실내처럼 빛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ISO값을 높여 인위적으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ISO값을 높이면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 세 장치를 주변의 노출 상황과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중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하나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춘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그러면 노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리개를 좀 더 개방하거나 ISO값을 높여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얼굴만 강조하고 뒷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조리개를 충분히 개방해야 하는데, 이때는 과다 노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광량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동작의 강조 또는 배경화면의 처리 등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셔터 속도나 조리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진의 표현력과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령 고성능의 자동 노출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시대에 사진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을 모른다 해도, 사진을 찍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노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나칠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응시할 때 셔터, 조리개, ISO의 수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그날이 바로 초보 사진가를 졸업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호준 사진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작가소개 :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6-03

실시간 사진이야기 기사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8 -
    부지런한 발걸음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고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발로 사진을 찍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진은 분명 손으로 셔터를 누름으로써 촬영되는 것인데, 손이 아닌 발로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그것은 바로 움직임 때문이다. 손보다는 발이 움직임에 가깝다. 여기서 ‘발의 움직임’은 걸음걸이, 즉 걷기다. 사진과 걷기가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이유다. 스튜디오 사진이나 구성 사진이 아닌 이상, 걷기라는 행위를 동반하지 않는 사진 찍기는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생활을 즐겁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잘 걷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걷기는 운동의 일환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느끼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모든 감각이 살아난다. 발아래 꿈틀대는 촉각, 눈앞 풍경이 자극하는 시각, 장소와 계절의 풍미를 느끼는 후각, 열매와 먹거리를 통한 미각까지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총체적인 감각 경험이다. 걷기는 생각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단순하게 하고 잡다한 생각을 정리해준다. 갑작스레 닥친 문제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 고요히 산책을 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건 오롯이 그 문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잡다한 조언이나 충고를 배제하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며 헤쳐나갈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걷기는 일정한 코스와 시간이 정해진 산책인 경우가 많다. 사진 산책은 이보다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코스와 시간이 좀 더 유연한 정처 없는 걷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번 다른 장소를 걷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곳을 반복해 걷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무슨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일까. 신비로운 일들은 친숙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곳을 걸어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어제까지 낯익었던 장면이 낯설게 보일 때도 있다. 숨어있는 은밀한 장소를 찾게 될 수도 있다. 늘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피사체들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가야할 순간이다. 걸어서 도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장면과 생활의 흔적을 나만의 이미지로 담아내는 것이다.       걷기 사진의 좋은 예는 골목 사진이다. 양팔을 벌리면 양쪽 손끝이 닿을 듯한 좁디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생활의 흔적이 묻어 있는 풍경과 소품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매력적인 촬영 컨셉이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고 어르신들의 쉼터이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주고받는 정보 한마당이다. 다만, 아쉬운 건 그러한 골목 풍경을 이제 마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르신도 아이도 주부들도 골목길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골목길을 걷다 보면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페인트 칠 벗겨진 낡은 철제 대문과 문고리, 방범창틀, 아이들의 낙서, 스치로폼 화분, 잠자리 모양의 TV 안테나, 빨랫줄과 알록달록한 집게 등 디지털 시대에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전경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그런 풍경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골목을 찾고 열광하는 것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컴팩트 카메라 하나 들고 천천히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복장과 장비는 단촐한 게 좋다. 큼지막한 카메라 배낭 같은 건 둘러메지 않는 게 좋고, 렌즈도 여러 종류의 교환렌즈는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특별히 야간 촬영을 할 생각이 아니면, 무거운 삼각대는 지참하지 않는 게 좋다. 작은 컴팩트 카메라가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렌즈 또는 실용적인 줌렌즈 하나만 소지하는 게 좋다. 복장도 사진 찍는 티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옷을 입는 게 좋다. 무엇보다 신발이 중요하다. 작정하고 나서는 사진 산책에 새 신발은 금물이다. 평소 가장 편하게 신고 다니는 신발을 신도록 하자.     사진이 ‘발로 찍는 것이고, 걷기와 잘 어울린다’ 하더라도, 결국 사진은 정신적 활동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다. 걷기는 그런 자기표현 행위를 자극하고 고무시킨다. 걷기는 사진 감각을 고조시키고 카메라에 손이 갈 시점을 알려준다. 일찍이 장 자크 루소는 걷는 동안 일어나는 정신 작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 홀로 걷고 걸었던 그 여행만큼 생각을 많이 한 순간은 없다. 또 그때만큼 내 실체에 대해 많이 깨닫고, 활력이 넘쳤던 적은 없다. 말하자면 그때만큼 내가 나다웠던 적은 없다. 걷기는 내 두뇌를 활성화해 사고력을 고양하는 무언가가 있다. 즉 한 곳에 머물 때는 생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정신이 작동하려면 내 몸 또한 움직이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루소는 걸으면서 생각하고 구성하고 창조하며 영감을 얻었다.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했다. 이를 사진에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부지런한 걸음걸이가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9-29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7-
    어설픔의 즐거움   어쩔 수 없는 생업이 아닌 이상,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일에는 즐거움이 깃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이 사라지면 그 일을 계속하기 힘들고 지속할 동기도 찾기 어렵다.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다. 즐거움은 욕망이나 만족감을 느끼는 쾌락과 그것을 추구하는 제반 활동이다. 쾌락은 육체적인 것을 포함하지만, 여기서는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과 기쁨을 추구하는 정신적인 측면을 가리킨다. 즐거움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여함으로써 얻어지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아마추어에게 사진은 즐거움이어야 한다. 취미로 하는 사진이야말로 즐거움이 생명이다. 주변에서 사진에 전념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열정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의아한 일이다. 그렇게 열심이던 사진을 힘들어 하고 카메라를 멀리하는지 말이다. 그 사람들은 한때 사진을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하곤 했다.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바로 '즐거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잃는 순간 쾌락도 만족도 의미도 없어진다. 계속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취미 사진에서 즐거움은 기본 토대다. 좋은 사진을 찍는 건 그 다음 문제다. 전업 작가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아마추어에게 사진은 즐거움의 대상이어야 한다.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노력해야 한다. 그럼 사진에서 추구하는 즐거움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인가? 재밌게 사진 찍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미란 원래 익숙해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중요도의 무겁고 가벼움은 없지만, 다음 네 가지 정도의 즐거움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텍스트의 즐거움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책이나 문자가 아니라 사진을 말한다. 사진 자체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 내가 찍은 사진뿐만 아니라 남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바라봄의 쾌락을 만끽할 줄 알아야 한다. 인화지 또는 모니터에 떠오른 사진 이미지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행위의 즐거움이다. 사진은 찍는 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야 완성되는 촬영의 결과물이다.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둘러메고, 좋은 피사체를 찾아다니는 활동이 즐거워야 한다. 실내 촬영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를 세팅하고 미장센, 즉 인물이나 조명, 장식, 가구 등을 배치하는 행위가 즐거워야 한다.   셋째, 소통의 즐거움이다. 사진은 예술이면서 커뮤니케이션 매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독한 예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진을 골라 보여주는 게 즐거워야 한다. 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세상과 담쌓고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상황에 맞게 교류하고 어울리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즐거움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국 사진은 혼자 하는 작업이고 놀이다. 누구랑 같이해도 좋지만 혼자 하는 게 즐거워야 한다. 홀로 출사지를 정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재미가 있어야 사진생활을 오래할 수 있다. 이상의 네 가지 즐거움은 단계적으로 습득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가급적 네 가지 모두를 얻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그것이 다른 것에 영향을 미쳐 사진의 즐거움이 사그라질지 모른다.     그런데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즐거움이라는 감정도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다. 즐거움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설픈 지식을 가진 자의 손아귀에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취미는 언제나 변함없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굉장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간결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요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전 국민이 사진가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사진은 보편적인 취미생활이자 문턱이 낮은 예술 활동이다. 사진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도 많고 전시회도 어렵지 않게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사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됐는데 ‘작가’ 행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진작가란 일종의 직업이다. 즉,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사진과 관련된 것으로 채우는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본업은 따로 둔 채, 전시회 한두 번 참여했다고 작가네 하는 것은 어색하다. 허세다. 작가가 됐으니 전문가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은 사라지고 배움의 자세는 흐트러진다. 사진 외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좇기도 한다. 그에 비례해 사진의 즐거움은 갈수록 옅어진다.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사진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는 갈수록 약해진다. 결국 다른 즐거움을 찾아나서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사진을 좋은 취미로 오랫동안 할 생각이라면 아마추어의 즐거움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전업 작가로 나설 것이 아니라면, 어설픈 애호가로 남는 게 사진생활을 즐겁게 지속하는 비결이다. 늘 아마추어의 심정으로 배움을 멈추지 않고, 사진의 매력을 탐구하자. 실력이 더디 늘어도, 인생 샷을 자주 찍지 못해도 답답해 할 필요 없다. 아마추어의 축복은 시간과 여유다. 천천히 길게 가자. 즐기면서 말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9-09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여섯번째
    디지털 사진 보정 바로알기   디지털 사진에 관해 많은 오해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가 보정(editing)이다. 우리말 사전에서는 보정을 “모자란 것을 보충하고 잘못을 바로잡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진 보정의 의미를 사전에서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사진 보정은 이미지의 수정이나 편집보다는 복원에 가까운 개념이다.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광학적 한계 때문에 매번 촬영자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사진은 촬영 후에 보정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디지털 사진 보정과 관련해 회자되는 또다른 오해가 있다. 바로 원본 이미지에 관한 것이다. 촬영 직후 카메라가 LCD 화면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원본이라고 하고, 그 사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사진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원본 사진이란 것도 알고 보면 이미 보정을 거친 사진에 불과하다. 다만 그 보정 작업을 촬영자가 아니라 카메라가 기계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모든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 촬영 즉시 렌더링(rendering)을 진행하고, JPEG 파일 형태로 이미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렇게 보정은 카메라가 1차적으로 자동 수행한다.  그럼 보정이란 디지털 사진의 출현에 따라 비로소 생겨난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필름 사진 역시 보정을 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인화된 사진 가운데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름 사진의 보정은 암실(dark room)에서 이루어진다. 현상은 일체의 빛을 허용하지 않고, 인화는 빨간색 암등을 켜고 진행한다. 필름 사진도 노출 조절, 특정영역 명도 조절, 화면 자르기 등 디지털 사진에서 이루어지는 보정작업을 대부분 수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회사 제품명이지만, 사진 보정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룸(light room)은 디지털 보정의 특성을 보여내는 상징적인 네이밍이다. 즉,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어두운 방(dark room)이 아니라 밝은 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필름 사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과 인화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모두 처리된다는 점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시 돌아가서 보정의 의미를 곱씹어보자. 보정은 후보정, 후작업, 리터칭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기도 하는데, 그건 소위 ‘뽀샵’이라고 불리는 인위적인 이미지의 변형, 합성 등과 차별화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 ‘뽀샵’과 복원은 다른 개념이다. 복원은 촬영 당시의 상황에 가장 가깝게 사진을 재현하는 것을 말한다. 피사체의 밝기, 선명도, 색상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까지 촬영할 때 사진가의 눈에 비친 모습을 촬영자의 기억을 토대로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 보정이다. 여기엔 촬영 당시 현장에서 느꼈던 작가의 ‘심리적 정황’까지도 포함된다. 따라서 현장에 없던 이미지를 끼워 넣거나 색온도를 조작하거나 특정 색상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 사진 보정과는 다른 성격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사진의 보정은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진행되는데, 이를 PIE(Parametric Image Editing)라고 부른다. PIE는 사진의 화질을 직접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진의 정보값인 파라미터(parameter)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미지 손상은 발생하지 않으며, 단지 사진 파일의 정보값만 수정된다. 따라서 이미지 비파괴 방식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정의 대상이 되는 사진 파일인데, 가급적 RAW 파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RAW 파일은 압축과 렌더링 같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사진 파일로, 이미지 센서가 캡쳐한 빛의 파장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는 원시 파일이다. 아무리 보정을 반복해도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는 사진 파일이다. 물론 일반적인 JPEG 파일로도 보정이 가능하지만, RAW 파일에 비해 파라미터 정보가 적어 보정의 범위, 즉 관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디지털 사진 보정은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만  색상, 선명도, 밝기, 화면 자르기 등과 같은 보정 방법은 촬영자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암실에서 고되게 진행되는 필름 사진 보정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사진 보정 역시 부단한 반복과 미묘한 파리미터 수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 미묘한 수치 변화에 따라 사진은 부자연스럽거나 비현실적 이미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촬영자의 의도이고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면 문제 없겠지만, 단순히 쨍한 사진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비춰지면 천박한 사진으로 평가 절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보정과 조작, 복원과 왜곡은 한끝 차이로 판가름날 수 있다. 따라서 사진 보정 역시 과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8-26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다섯번째
    ‘악마 렌즈’란 없다   디지털 카메라의 심장이 센서(sensor)라면 눈은 렌즈(lense)다. 렌즈는 빛의 도움을 받아 피사체의 이미지와 색상을 기억장치인 센서로 전달한다. 사람의 눈과 비교하면 수정체와 같은 기능을 한다. 렌즈는 멀리 있는 피사체를 더 가깝게 보이게 하거나 시야를 넓히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렌즈는 피사체에 대한 사진가의 태도와 친밀도를 반영한다. 찍고자 하는 주제나 소재의 선택에도 관계한다. 따라서 렌즈의 쓰임새를 기계적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 이해하는 건 곤란하다. 촬영자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태도, 피사체와의 관계, 촬영대상 및 소재의 특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렌즈의 종류는 초점거리의 차이와 초점거리의 고정 여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초점거리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 사이의 거리를 말하는데, 짧으면 짧을수록 화각이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화각은 좁아진다. 여기서 화각이 넓은 렌즈를 광각렌즈, 화각이 좁은 렌즈는 망원렌즈라고 부른다. 화각은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시선의 범위라고 보면 된다. 광각렌즈는 보통 35mm 이하, 망원렌즈는 70mm 이상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를 말한다. 광각과 망원 사이, 대략 40~50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는 표준렌즈라고 부른다. 표준이란 용어를 쓰는 이유는 40~50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가 사람의 눈과 거의 유사한 화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점거리의 고정 여부로 줌렌즈와 단렌즈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초점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렌즈를 줌렌즈라고 부른다. 줌렌즈는  16-35mm, 24-105mm, 70-200mm 등으로 초점거리의 범위가 표시되어 있어, 촬영자가 움직이지 않고도 피사체의 화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단렌즈는 35mm, 50mm, 80mm 등으로 초점거리 고정돼 있어, 화각을 변경하려면 촬영자가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다. 줌렌즈는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점 조절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많은 수의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초점 렌즈에 비해 화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마다 사진에 동기와 목적이 다양하고, 찍고자 하는 촬영대상과 피사체도 다르다. 이러한 사진활동의 다양성을 감안해, 촬영 상황에 맞는 렌즈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출사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렌즈를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DSLR 카메라의 경우, 장비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작정 소유하고 있는 렌즈를 모두 가지고 나갔다가는 무게에 지쳐 촬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찍고자하는 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권하는대로 렌즈를 구입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리미엄 렌즈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잘 쓰지도 않을 렌즈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떤 렌즈를 사용할지 결정할 때에는 피사체와 촬영하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관계와 물리적 거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촬영행위는 피사체에게 심적 부담과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물사진을 예로 들면, 광각렌즈는 피사체에 매우 가깝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촬영 대상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일상생활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망원렌즈는 피사체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촬영할 수 있지만, 몰래 카메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인물사진이나 일상적인 거리풍경 사진을 찍을 때에는 촬영자의 시각과 유사한 표준렌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렌즈를 사용하면 피사체의 일상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 덕분에 사적이면서도 솔직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표준렌즈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히 피사체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렌즈의 광학적 특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는 피사체를 격리시키고 앞뒤 공간을 압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넓게 펼쳐져 있는 풍경 중 원하는 장면만 분리해 담아내는데 유용하다. 배경과 분리된 강렬한 인물사진을 찍는데도 요긴하다. 또한 스포츠 경기나 야생동물 촬영 같이 피사체에 가깝게 다가가기 힘든 상황에서 망원렌즈는 능력을 발휘한다. 다만, 중첩되는 피사체 간의 거리가 압축된 것처럼 찍혀 이미지의 공간이나 깊이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광각렌즈는 메인 피사체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요소들이 프레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구도와 세부묘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이미지 속의 많은 공간과 움직임은 최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므로 프레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촬영에 임해야 한다.   “줌렌즈는 악마의 작품”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줌렌즈가 촬영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할 뿐, 사진에 대한 시각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사진작가나 아카데미 강사들이 줌렌즈의 경박함을 강조하며, 단렌즈의 사용을 강하게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쯤 맞는 말이다. 렌즈는 도구일 뿐이다. 여행을 다니거나 다양한 피사체에 관심을 갖는 촬영자에게 줌렌즈는 매우 효율적인 장비다. 피사체가 달라질 때마다 매번 렌즈를 교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줌이라는 말로 몸의 움직임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일정한 영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악마’라는 식의 자극적인 말로 줌렌즈 사용자를 폄하하는 것은 지나치다. 렌즈는 용도에 맞게 쓰면 그만이다. 줌렌즈를 쓰든 단렌즈를 사용하든 그건 촬영조건을 감안한 사용자의 선택일 뿐이다. 광각, 망원, 표준 렌즈도 마찬가지다. ‘악마 렌즈’라고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8-12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네번째
    사진의 욕망, 예술과 다큐 사이의 줄다리기 사진은 두 가지 욕망을 품는다. 하나는 예술로 인정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예술 장르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은 모사와 현실 복제라는 미술의 굴레를 벗어주고, 그 자리를 이어받아 예술로 편입되었다. 사진이 예술로 편입된 이후 미술의 추상화는 급속히 진행되었고 갈수록 실험성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술의 쇠락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미술은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사진도 현실을 복제하거나 내용 전달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 미술의 길을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갤러리에 전시되는 사진 작품을 보노라면 이런 게 사진이었나 싶은 것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사진과 미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진은 사진이면서 미술이다.  사진이 기록과 정보전달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사진의 기록성과 고발의 사회적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앞으로 동영상 이미지의 쓰임새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겠지만, 한 장의 이미지로 사건과 시대상을 축약하는 사진의 극적인 능력은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다큐멘터리 매체로서의 사진의 역할은 유효하다. 이러한 현대사진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고, 사진의 예술적 측면 또는 기록과 전달의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일방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진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또 사진가의 결정에 따라 찍혀지기 때문에 사진가의 의도를 ‘표현하고’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진가는 평생 예술가와 기록자 사이를 넘나드는 숙명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사진은 예술 장르와 다큐 매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긴장은 대개 사진의 발전을 추동해 왔지만, 긍정적인 요소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고의 틀로 사진을 바라보고 진술한다. 한편에선 사진의 예술적 표현을 강조하고 또 다른 진영에서는 다큐 매체로서의 사진의 역할에 힘을 싣는다. 그 둘의 논리는 매우 상반되고 접점을 찾기 힘든 가치와 철학을 내포한다. “으레 사진은 이런거다”는 식으로 사진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사진은 다른 장르 또는 매체와는 달리 쉽게 타협하거나 단일한 담론을 형성하기 힘든 것이다.  사진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치열함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사진의 사회성이나 정치성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에 대한 논의로 제한해도 그렇다. 마치 이념(ism)에 대한 논쟁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 증거는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폄훼와 모욕이 아니면 다행이라 할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 사진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초보자들에게도 나타난다.  사람마다 사진생활(작품활동)을 하는 목적과 동기는 다양하다. DSLR 카메라 보급의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상시 휴대는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활용 범위를 크게 확대시켰다. 예술적 재능발휘, 일상의 기록, 사진기술 추구, 추억 남기기 등과 같은 전통적인 사진활동의 목적에 더해, ‘경험의 공유’와 ‘사회관계 확대’ 등과 같은 새로운 동기가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고, 쓰임새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 없이는 현대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소모적 논쟁을 넘어 사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사진활동의 다양한 목적과 동기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사진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그만두거나 자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노력은 누가 뭐라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각지를 누비는 현장 사진가들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 추구에 있다. 사진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사진가 빌 브란트는 말한다. “사진은 스포츠가 아니다. 규칙이 아니니까.”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7-23
  • 이호준의 사진 이야기 - 세번째
    프로 사진가들이 입문자들에게 많이 하는 조언 중 하나는 "유명 출사지로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남들이 다 찍는 똑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재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맞는 얘기다. 그럼에도 나는 유명 출사지 촬영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그것은 사진의 즐거움을 체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같은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은 사진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장면을 소유하고 친구들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찍으면 그림이 되는’ 유명 출사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굳이 멘토들의 조언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사진의 재미에 푹 빠져 유명 출사지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일종의 식상함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진생활에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때를 잘 넘기는 것이다.   유명 출사지에 식상함을 느꼈다는 것은 단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볼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넘어, 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유명 출사지를 벗어날 때가 왔다. 사진가 사울 라이터는 “모든 게 사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찍을 게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사진은 특정 장소, 유명 출사지에서만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촬영자의 시각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물과 풍경일지라도, 자기만의 시각으로 얼마든지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럼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나만의 포인트’를 개척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비밀스런 장소나 숨겨진 비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홀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피사체에 다가가 사진 생각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 곳 말한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산이나 시내, 골목길 같은 곳이어도 좋다. 원래 신비로운 일들은 친숙한 장소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한 곳은 조금만 개척정신을 발휘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이왕이면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좋다. 대중교통은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사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굳이 비행기를 타거나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집에서 반나절 안에 돌아올 수 있는 곳에 자신의 노천 스튜디오를 차리고, 시간날 때마다 들러보자. 나머지 반나절은 찍어온 사진을 바라보며, 촬영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를 복기하며 자신의 시각이 제대로 관철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촬영과 복기의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게 사진의 실체다. 그러한 사진생활이 지치거나 싫증나지 않게 나만의 포인트가 도와줄 것이다.    이왕이면 몇 군데 정해 놓고 번갈아 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한군데만 너무 집중하면 창의력의 빈곤감이 쉬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찍을 게 없다 느껴지면 지체 없이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다 한참 후 다시 가보면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불현듯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몇군데 포인트를 정해놓고 온전히 집중해보라. 분명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인생샷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좋은 포인트와 나쁜 출사지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촬영자의 의도에 부합되거나 그렇지 않은 장소가 존재할 뿐이다. 자신의 시각과 의도를 충족시켜줄 포인트를 찾아내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해보도록 하자. 그러면 뮤즈가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뮤즈는 모름지기 열심히 작업하는 예술가를 선호하며 우리가 최선을 다해 작업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 문화
    • 사진이야기
    2020-07-08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두번째
    사진 구도,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로!   기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보도사진이나 실험정신과 창의성의 성취를 추구하는 예술사진은 논외로 하고, 일반인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사진의 요건은 무엇일까? 단연 구도(composition)라고 말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선예도와 색감이 뛰어난 사진을 찍었다 해도 매력적인 구도를 취하지 못했다면, 그 사진은 인상적인 평가를 남기기 어렵다.   구도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사진 속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구도는 사진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종의 설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사진이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행위로 인정받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필립 퍼킨스는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통찰의 힘은 바로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구도는 천부적인 소질과 느낌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도달하기 힘든 영역도 아니다. 연습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만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천부적 소질과 감에만 의존하는 사진가는 높은 수준의 작품세계에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진생활의 즐거움을 지속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구도에 이르는 과정은 섬세하고 세심한 주의력이 요구된다. 구도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넣거나 빼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넣고’, ‘빼는’ 행위는 촬영자에게 늘 고민을 안겨준다. 의도된 연출을 하지 않는 한, 눈앞의 시각적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프레임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외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순간 포착을 위한 신속한 판단 능력도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이미 프레임 안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도는 사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려는 정보를, 그에 적합한 구도로 표현하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여진 원래 장면과 카메라 프레임 안에 구성된 장면은 전혀 다른 모습과 의미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진은 태생적으로 소통의 도구(media)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이미지 전달 문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문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좋은 구도 만들기’를 연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 과연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까? 사진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몇가지 연습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를 조화롭고 균형되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 요소를 배치하고 촬영하는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을 모두 맞추기 힘들 때는 수직을 우선시 한다. 분명한건  수직/수평 맞추기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기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여백의 활용을 항상 생각하도록 하라. 대개 좋은 사진은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게 없는 단순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욕심은 금물이다. 과감하게 빼고 제거해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주제와 이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보조 장치일 뿐이란 걸 명심하자. 셋째, 이번에는 여백을 채우는, 즉 프레임 구석구석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전봇대, 전선, 간판, 지나가는 사람 등과 같은 일상적 이미지들을 구석구석에 적절히 배치해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한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수직과 수평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틈나는대로 좋은 구도의 사진을 직접 보고 익히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대가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브레송은 순간포착에 능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세밀한 관찰과 계산을 통해 완벽한 구도로 촬영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손과 발의 동작, 시선의 처리, 여백의 활용 등 사진 프레임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매주 열리는 사진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어도 좋다. 모든 전시회의 사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미흡한 작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좋은 구도를 위한 연습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3분할의 법칙 같은 기본적인 프레임 활용방식을 먼저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난 뒤에 자기만의 파격적인 구도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 모든 창작행위가 그렇듯 사진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발전할 수 있다. 사진에도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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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18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번째
    <<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든 국민이 사진가가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자신을 찍는 셀카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다양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특히 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DSLR. Digital Single Lens Reflex)는 사진전문가 뿐만 아니라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퍼져 국내에 300만대가 넘게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다양한 사진전문 잡지나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아마추어들은 생소한 용어부터 높은 벽을 실감합니다. 기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사진을 조금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입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시각에서 사진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글을 써 주시는 이호준 사진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언론학 박사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재직중이며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입니다. 갯벌의 풍경을 찾아 영종도와 장봉도 등 우리지역을 자주 찾는 사진가는 앞으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사진에 대한 이해폭을 넓혀 줄 것입니다. 원고를 기고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 번째 사진 노출, 트라이앵글 법칙 이해하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어려운 조작 없이 사진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간단한 설정만으로 전문가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기록 매체가 바뀌었을 뿐, 사진이 ‘찍히는’ 과정은 여전히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진생활의 지속성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두고두고 사진생활을 즐기기 위한 사람이라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빛의 예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빛이 없으면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빛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렌즈를 거쳐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에 피사체의 형상과 색상을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빛의 양인데, 카메라로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노출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노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에서부터 사진생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그러면 과연 적정 노출은 어떻게 측정하고 조절하는가?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여러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셔터, 조리개, ISO가 그것이다. 이 셋을 조합해 적정한 노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이앵글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두 노출에 관여된다는 점에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셔터 속도는 빛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한다. 카메라에 표시된 숫자가 클수록 셔터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빛은 적게 들어온다. 조리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역시 숫자가 클수록 빛은 적게 들어온다. 이처럼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광량이 적어지는 것은, 카메라에 표시된 셔터 속도는 원래 분수지만 편의상 분모에 해당되는 숫자로 표시하기 때문이고, 조리개 수치(F)는 초점거리를 조리개의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빛이 들어오는 렌즈의 구경이 좁아져서 빛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SO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필름 카메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필름의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 장치를 이용해 빛을 증폭해 민감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 전에 자동이나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 스스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수치를 적절히 조합해 적정한 노출값을 구해 자동으로 촬영한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이렇게 카메라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데 굳이 트라이앵글 법칙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장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말고도 사진의 표현력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셔터 속도를 매우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뒷배경은 흐릿하지만 인물은 또렷하게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조리개는 사진에서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사진용어로 심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만으로 광량의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즉 어두운 실내처럼 빛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ISO값을 높여 인위적으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ISO값을 높이면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 세 장치를 주변의 노출 상황과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중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하나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춘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그러면 노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리개를 좀 더 개방하거나 ISO값을 높여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얼굴만 강조하고 뒷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조리개를 충분히 개방해야 하는데, 이때는 과다 노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광량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동작의 강조 또는 배경화면의 처리 등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셔터 속도나 조리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진의 표현력과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령 고성능의 자동 노출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시대에 사진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을 모른다 해도, 사진을 찍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노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나칠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응시할 때 셔터, 조리개, ISO의 수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그날이 바로 초보 사진가를 졸업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호준 사진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작가소개 :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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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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