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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영종도

용유도의 수호신 비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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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1.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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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 객원기자 배남호 (제이앤비파트너스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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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국제도시에 정착한 지 올해로 17년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유2경에 해당하는 ‘비포장군’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몇 해만 근무하다 떠날 곳으로 생각했기에 지역의 명승고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탓이다. ‘비포장군’의 존재를 알고 난 후에도 별 관심을 갖지 않다가 이번 기회에 ‘비포장군’에 대해 칼럼을 쓰기로 했다.


찾아가는 길을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아는 이가 드물었다. 인천공항 부지 매립이 이루어지고 나서 공항공사 부지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얘기가 전부였다. 대충의 위치만 확인한 후에 무작정 길을 찾아 나섰다.

 

용유역에서 용유도의 동쪽을 따라 나 있는 공항서로로 접어들어 오라호텔까지 차로 이동하면서 진입로나 안내문을 찾았지만 어떤 표식도 찾을 수가 없었다. 공항서로를 몇 차례 왕복하고 나서야 겨우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유인즉슨, 오라호텔 맞은편, 즉 도로 동측에 해외여행객의 차량을 주차시켜 놓은 엄청한 크기의 주차장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 끝 주변을 아무리 돌아다녀 보았지만 10미터 아래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카시아와 잡목을 헤치고 서너 차례 넘어지면서 겨우 언덕 밑에 있는 ‘비포장군’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것은 6미터는 족히 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바위였다, 바람과 파도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형상이 또렷하게 느껴져서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투구에 갑옷을 입고, 두 손으로 장검을 움켜쥐고 있는 듯한 모습이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는 듯 했다. 홀로 해안가에 서서 수 천년동안 수많은 선박과 선원들의 안녕과 함께 용유도의 애환을 말없이 지켜 봐 왔을 ‘비포장군’을 필자 역시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고려 충정왕 때 왜선 130여척이 영종도(자연도)와 삼목도에 상륙하여 인명을 살상하고 재물을 약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용유도만은 왜구의 침입이 없었다. 또한 공민왕 원년과 29년, 30년에도 왜구들이 자연도와 덕적도 등에 출몰하여 노략질을 일삼았으나 그 때도 용유도만은 왜구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왜구들이 멀리서 볼 때 용유도 입구에 서 있던 커다란 바위와 그 주위의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마치 자신들을 향해 용맹스럽게 달려드는 장군과 수많은 군사들로 오인하고 겁에 질려 침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일들로 인해 주민들은 이 바위 덕분에 용유도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믿어 그 바위를  ‘비포장군(장군바위)’이라 부르며 용유도의 수호신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비포장군’이 지금은 황량한 공항 매립지 갈대숲 사이에 처연하게 서있다. 앞뒤로 나 있는 도로 때문에 장군바위를 보러가기도 어렵다. 안내판도 주차장도 접근로도 없다. 우리는 용유도를 지켰던 늠름한 장군을 조기 퇴역시켜 버렸다. 장군의 호령소리는 항공기들의 굉음 속에 묻혀 버렸다. 비록 주민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설이라고는 하나 용유도를 지켜냈던 그 장군바위가 이제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측에 ‘비포장군’ 주변 공원화를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공사측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구청 역시 주민들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비록 주민들의 바람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비포장군’은 여전히 주민들에게는 용유도의 수호신이자 자랑거리로 남아 있었다. 이제 주민들은 그들의 '비포장군'이 왜구가 아닌 인천공항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다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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