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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2.1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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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큰아들의 의견에 따라 설 연휴에 설악산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제사나 명절에는 큰집에 모여 행사를 해왔는데, 올 2022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집합 금지로 큰형 집에서의 모임이 불가해 여행을 택했다. 핵가족 시대에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친척들이 한곳에 모인다는 것이 명절 연휴가 아니고는 쉽지 않기에 아쉬움도 컸다. 

산업화 사회가 되며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 도회지로 이주해 살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 환경도 이웃도 낯선 타지에서 살던 사람들이 명절이 되면 힘든 귀성길도 마다치 않고 고향을 찾아 재충전하곤 했다. 그러나 산업화 사회가 정착화되며 명절의 의미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명절에 처음 가본 콘도에는 3대가 함께 여행을 온 가족들이 많았다. 식당에도 사우나에도 부모, 아들, 딸, 손자, 손녀가 함께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갔는데 손님과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젊은 세대가 그들만의 즐거움을 위해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라,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 관광을 시켜드리는 새로운 풍속도를 봤다. 귀향이 아닌 제3의 장소인 관광지에서 부모와 자식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명절 여행. 돌아가신 조상들만 이해해주신다면(?) 연로한 부모님이 음식 장만하느라 혹은 며느리들이 차례 준비하며 겪는 어려움도 덜어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라 생각되었다.

특별히 차례를 지내지는 않았지만 이번 설에도 아내는 아들, 손자, 며느리 먹일 음식을 준비한다고 분주하다. 나도 도우미로 나섰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명절만이라도 넉넉한 먹거리를 준비해서 가족들이 같이 먹고 한 보따리 싸주는 것이 명절의 풍습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먹는다는 것의 중요성도 줄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명절에 힘들었다고 아들이 말했다. 시골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서 아침 먹고 올라오면서 외가에 들려 저녁 먹고, 아들은 처가까지 들려야 하는 것이 명절의 행사 일정이었다. 찾아가고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누군가의 큰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어린 손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를 너무 힘들게 했던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전통과 관습도 중요하지만 너무 집착하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구나 싶다.

귀가 후 모처럼 가족 앨범을 꺼내 같이 봤다. 조상들의 흑백 사진을 보며 조상들 얘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나누는 등 색다른 설을 보냈다.

다음 명절은 어떻게 보낼까 고민 좀 해봐야겠다. 


(사)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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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게 보낸 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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